생각해보면 굉장히 잔인한 일이다. 개인에게 '국민'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것. '국민의 무엇'으로 개인을 대상화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잃고 그 기대와 시선에 부응하는 삶을 살게 하는 것 말이다.

그래서 '최초의 국민여동생'으로 10대와 20대를 보낸 배우 문근영(28)의 시간은 흥미롭다. 아무리 허름한 옷을 입고 다녀도 그냥 '문근영'이었던 그녀가 "부담스럽고 답답하기도 했던" 국민여동생 시기를 "이제는 지난 일"이라고 표현하게 되기까지. 최근 SBS TV 드라마 '마을-아치아라의 비밀'(극본 도현정·연출 이용석)을 끝낸 문근영의 시간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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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어릴 때부터 얼굴을 봐서 그저 어린 이미지였는데, '마을'을 보니 새삼 성숙해진 모습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저는 꾸준히 나이를 먹고 있었습니다. 그걸 이제야 인지하신 거죠. 아역 이미지를 탈피했다고 거창하게 말은 못하겠지만 이제는 마냥 어리게만 보지 않는 것 같아요. '얘도 이제 나이 먹을만큼 먹었지' 이렇게요. 이제 나이 든 게 좀 티가 나나요?"

-그동안 그 '아역 이미지' 때문에 답답함도 있었겠어요. 평생을 따라 다니던 '국민 여동생' 수식어도 그렇고요.

"답답하기도 하고 부담스러웠던 것 같아요. 근데 나중에는 포기하게 되더라고요. 제가 평생 어린 얼굴로 있을 것도 아니고 그냥 기다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막연히 30대를 기다렸던 것도 있고요. 시간이 많이 지났고, 제 뒤에 더 많은 국민 여동생들이 생겼고. 이제는 그것에 대해서 의식해야 될 이유도 없는 것 같아요. 지난 일이죠."

-외국의 스타 아역배우들을 보면 그런 압박감에 엇나가기도 하잖아요. 반면에 근영씨는 되게 '잘 자란' 아역배우의 선례가 됐죠.

"사실 저들이 왜 저러는지는 알 것 같다고는 생각했어요. 특히 그 쪽은 시장이 크고 전 세계가 알고 있는 아역 스타잖아요. 저들이 겪는 압박감과 부담감은 어린 애가 겪어 내기 힘들겠다는 생각은 저를 비춰서 했죠."

-그런데도 진짜로 성실하게 잘 자랐어요.

"엇나가는 건 제 스스로 자존심이 상했어요. 압박감이 들수록 저는 더 독하게 이겨내겠다는 생각이 들었지, 거기서 '아, 몰라'하고 싶지 않았어요. 이걸 이겨내고 버텨내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독기가 더 생겼죠."

-그래서 요즘의 근영씨는 어때요?

"전 요즘 제가 기특합니다. 전에는 하루하루 아침에 눈 뜨는 게 무서웠어요. 또 하루가 시작되는구나. 근데 요즘은 사람 마음이 이렇게 간사하구나 싶을 정도로 매일매일 너무 즐겁고 감사해요. 또 내일을 꿈꿀 수 있고, 미래를 꿈꿀 수 있다는 게 저한테는 엄청난 변화고 거기서 오는 힘이 생긴 것 같아요."

-엄청나게 긍정적인 변화인데요. 어떻게 그럴 수 있었나요?

"많이 비우고, 버리고, 놓을 줄 알고. 놓는다는 게 그냥 단순히 욕심을 버리는 건 줄 알았는데 내 건 내거라고, 아닌 건 아니라고 인정하는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실 저는 겸손하고 싶어서 혹은 제가 자만하는 게 두려워서 한 번도 배우로서 저를 인정해 본 적이 없었어요. 자꾸 저를 의심하고 다그치고 그랬어요. 근데 이제는 나도 썩 괜찮은 배우라고 인정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니까 잘 하는 부분, 잘 하지 못하는 부분까지 보이더라고요."

-본인이 인정하지 않았던 시간에도 원톱 주연으로 등장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20대 여배우였는데, 단순히 내레이터 역할에 그친 '마을'의 '정소윤'으로 출연한 것도 그런 생각의 변화에서 영향을 받은 건가요?

"그렇죠. 전에는 이렇게 작품을 선택하는 게 쉬운 건 줄 몰랐어요. 전 늘 다양한 연기를 하고 싶다고 했거든요.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그래도 되나,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진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근데 배우로서 저에 대한 자신감도 생기고 제 앞으로의 지향점이 뚜렷해지고 나니까 그냥 하고 싶으면 하면 되는 거더라고요. 그런 지점에서 '마을'을 만났죠."

-그러면 '마을'은 왜 하고 싶었던 거예요? 원톱 주연 자리에 대한 미련은 끝까지 없었고요?

"대단한 시도잖아요.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 그것도 멜로가 없는! 심지어 지상파에서! 신선한 도전이라고 생각했어요. 전 처음부터 제가 내레이터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시작했기 때문에 전혀 아쉽지 않았어요. 오히려 강하게 인상을 남기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극에 제 감정과 사연이 실려 버리면 중심 사건이 힘을 잃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대단한 시도라고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시청률이 저조해서 힘도 빠졌을 것 같아요.

"기대도 안 했어요. 분명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고. 근데 수치는 낮았지만 제가 느끼는 인기는 달랐어요. 그래서 저는 실패한 시도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물론 짧은 시간 안에 이런 드라마가 다시 나오기는 어려울 것 같지만요. 그 시작점에 '마을'이 있는 건 분명해요. 끝까지 잘 마무리 됐다고 생각하고요. 저는 후회 없습니다."

-앞으로도 '잘 되는 것'에 연연하지 않은 과감한 작품 선택을 할 것 같은데요.

"확실히 '마을'로 물꼬를 튼 것 같아요. 작품 속 캐릭터나 줄거리, 장르에 대한 취향, 메시지 등 한 곳에라도 매력이 느껴지면 할 거예요. 저예산 영화도 좋고요, 연극 무대도 좋아요. 연기를 할 수 있는 장소와 내가 잘 하고 싶은 작품·캐릭터만 있다면요. 두려움 없이, 서슴없이, 거침없이 선택하고 달려들어 볼 작정입니다."

-그렇게 기다렸던 30대가 되기까지 한 달 남았어요. 어땠으면 좋겠어요?

"좀 더 활발하고, 씩씩하고, 자신감 있는! 그런 여자이자 배우이고 싶어요. 그리고 그럴 수 있을 것 같고요. 벌써 준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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