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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지 않아요. 현장에 있는 게 가장 행복합니다. 현장에 있지 않으면 괜히 마음이 요동쳐요. 그래서 쉬지 않고 일을 해야 돼요.”

반복되는 일상, 권태로 찌든 생활, 무미건조한 남편과 불편하기만 시어머니…. ‘태주’(김옥빈)는 빛 못 보고 물도 먹지 못한 식물처럼 시들시들했다. 태주의 인생은 ‘상현’'(송강호)을 만나면서 바뀌어버린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박쥐’에서 상현은 태주에게 한 줄기 빛이다. 그로 인해 삶의 생기를 되찾는다. 태주만 활기를 찾은 게 아니다. 태주를 연기한 김옥빈(26)도 다시 빛나고 있었다. 김옥빈에게도 ‘상현’이 생겼다. 애인이 아니다. 그녀는 ‘일’을 만났다.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는 영화 ‘열한시’(감독 김현석)는 24시간 미래로 갈 수 있는 타임머신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SF스릴러다. 김옥빈은 ‘영은’으로 나왔다.

‘열한시’에는 미래의 영은과 과거의 영은이 만나는 장면이 있다. 김옥빈은 이 장면을 가장 신경써서 연기했다. 그렇다면 과거 어느 시점의 김옥빈이 가장 궁금했을까, 그리고 무슨 말을 해주고 싶었을까. 

자신의 첫 영화 ‘다세포 소녀’(감독 이재용)가 개봉한 2006년의 김옥빈과 만나기를 원했다. “걱정하지마. 미래의 너는 일을 사랑하고 즐기고 있을거야”라는 말을 해주겠다고 말했다. 김옥빈은 그만큼 현재의 일을 즐기고 있었다. 

이 영화에서 ‘영은’이라는 역할이 너무 수동적인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수동적인 역할이 맞아요. 수동적이어야하는 역할이기도 하구요. 물론 연기하는 맛은 좀 적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건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요. 동료들과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했으니까요.”

얼짱 출신으로 데뷔한 김옥빈은 연예계 생활이 쉽지 않았다. “제가 하고 싶은 건 연기였어요. 연기만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연예계가 하고 싶은 것만 할 수 있는 곳이 아니잖아요.” 이재용 감독의 영화 ‘여배우들’에서 20대 톱스타 역할을 맡았다. 일찍 성공해버린 배우의 허무와 권태를 김옥빈은 그 큰 눈에 담았다.

김옥빈은 “‘여배우들’에서의 연기가 연기만은 아니었다”며 “당시 느꼈던 감정들이 캐릭터에 그대로 녹아들었다”고 전했다. “그때 감정적으로 분명히 흔들렸다”고도 했다. 불타오르다가도 허무해졌다. 갈피를 못잡던 마음을 잡아준 것은 결국 연기였다.

“드라마 ‘칼과 꽃’을 할 때였어요. 예전같았으면 드라마 스케줄이 너무 힘들었을 겁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전혀 힘들지 않았어요. 일을 하고 있는 게 편했습니다. 제가 얼마나 이 일을 좋아하는지 그때 알았어요.”

흔하지만 그녀에게 꼭 듣고 싶은 것이 두 가지 있다. ‘10년 후에는 어떤 모습의 배우이고 싶나’, ‘배우라서 행복한가.’

10년 후에 대해 김옥빈은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눈을 작게 뜬 채 잠시 생각했다. 이어 “배우로서 한창 때가 아닐까. 대표작도 두 편 정도 더 있었으면 한다”며 “사실 잘 상상이 가지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배우여서 행복하느냐는 질문에 한 치 망설임도 없이 “네”라고 답했다. “요즘 제가 관심있는 분야가 연기말고는 없어요. 일할 때가 제일 좋아요.”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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