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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방송의 일일극, 수목극, 주말극에서 여주인공을 맡고 연말 연기대상에서 신인상을 거머쥔 ‘대세 신인’의 다음 행보는 무엇일까. 

쇄도하는 TV 드라마 출연제의 중 ‘제일 큰놈’의 여주인공을 꿰차 경쟁자들이 넘볼 수 없는 ‘톱’이 되거나, 검증된 새 얼굴을 원하는 영화 중에서 ‘괜찮은 놈’의 여주인공을 맡아서 스펙트럼을 넓히는 것이 상식일 것이다. 

지난해 ‘내 딸 꽃님이’(SBS), ‘각시탈’(KBS2), ‘다섯손가락’(SBS)에서 각광 받고, 2011년 SBS에 이어 KBS 여자 신인상까지 받은 진세연도 그럴 줄 알았다.

그런데 올 3월 학교(중앙대 연극영화2)에서 학업에 전념하더니 여름 무렵에는 안방극장 복귀 공표나 스크린 출사표가 아닌, 연극 무대 데뷔 소식을 알려왔다. 연극 ‘클로저’의 색깔있는 여주인공 ‘앨리스’를 탤런트 이윤지(29), 연극배우 한초아(26) 등과 나눠 맡았다.

데뷔작인 2010년 SBS TV ‘괜찮아 아빠딸’ 때부터 한지혜(29)의 아역을 연기한 MBC TV 사극 ‘짝패’(2011), 호러영화 ‘화이트: 저주의 멜로디’(2011), KBS 2TV ‘드라마 스페셜-클럽 빌리티스의 딸들’(2011)을 거쳐 지상파 드라마들의 여주인공이 된 성장 과정과 사뭇 어울리지 않은 선택이다. 다만 ‘연예인 특례입학’이라는 편안하고 안전한 길을 마다하고 수시모집에 응시, 대학생이 된 진세연이니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클로저’의 앨리스는 쉽지 않은 배역이다. 남성들의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사랑스러움, 안아보고 싶을 정도의 섹시함을 겸비해야 한다. 오랜 경력을 바탕으로 연기 잘한다는 호평을 듣는 탤런트 문근영(26)도 우리 나이로 스물넷이던 2010년에야 비로소 출연한 작품이다. 진세연은 나이도 어리고, 아직 사랑도 제대로 못해봤을텐데 잘 표현해낼 수 있으려나.

그러나 기우였다. 연극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래리’ 김영필(40), ‘안나’ 김혜나(33) 등 선배 배우들과 맞붙어 밀리지도, 튀지도 않으면서 강약 조절을 제대로 해가며 앙상블을 이루고 있다. 연극 데뷔작이라는 것도, 아직 3년에 불과한 짧은 연기 경력이라는 것도 모두 무색할 정도다. 

특히 김영필의 파워풀한 연기에 섬세함으로 맞서는 진세연의 지난 3일 공연은 객석에서 탄성이 나올 정도였다. 

하루만 안 보여도 잊혀지는 연예계인데, 1년 가까이 비워놓고 있는 것이 불안하지는 않을까. 진세연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불안함은 없어요”라고 잘라 말했다. “언젠가는 꼭 서보고 싶었던 연극 무대에 조금 더 빨리 섰을 뿐이고, 그것도 정말 좋은 작품을 하게 돼 기쁠 뿐입니다”고 덧붙였다.

“제가 이 작품에 누가 되지 않게끔 잘해야 한다는 다짐 뿐이었지 연극을 하다가 대중에게 잊혀지거나 경쟁에서 밀려날까 하는 두려움은 전혀 없었어요.”

처음 제의를 받고 심사숙고해 결정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걱정된 것은 사실이다. “솔직히 ‘클로저’가 얼마나 어마어마한 작품인지는 잘 몰랐어요. 그저 꿈에도 그리던 연극 무대에 선다는 것으로 우선 가슴 벅찼죠. 게다가 문근영 선배가 거친 역할이라니 더욱 그랬죠. 그런데 출연을 결정하고 나니 그때부터 고민이 시작됐어요. 캐릭터도 저의 본 모습이나 지금까지 드라마 등에서 해온 것과 전혀 다른, 술과 담배, 노출까지 거리낌 없이 하는 거친 캐릭터였거든요. 또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고 섹시한 포즈를 취하는 것도 모자라 춤까지 춰야 했어요. 뿐만 아니었어요. 저와 트리플 캐스팅된 (이)윤지 언니나 (한)초아 언니 모두 다 잘 할텐데 비교되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도 컸답니다.” 

캐릭터 뿐이었다면 오히려 편했을 것이다. “캐릭터에 신경을 쓰다 보면 가뜩이나 조용한 제 목소리로 무대에서 관객석 끝까지 대사를 잘 전달할 수 있을까, 그만큼 발성이 가능할까, 목소리가 갈라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도 있었죠.”

캐릭터에 대한 고민은 ‘나만의 앨리스’, 발성의 불안은 피나는 연습으로 정면 돌파하기로 했다. “나름대로 생각했어요. 앨리스가 그저 강한 모습만 있었다면 남자들이 그렇게 좋아했을까? 아닐 거다. 밝고 귀여운 모습도 있으니 반했을거다. 그렇게 앨리스의 캐릭터를 조금씩 만들어갔어요. 캐릭터에 대한 고민이 해결돼가면서 발성에도 신경을 쓸 여유가 생기고, 연습도 계속해가니 발성에 대한 두려움도 조금씩 없어졌답니다.”

진세연의 연극 무대 도전에 교수들은 물론 주변에서도 칭찬을 하고 있다. 특히 후배 연기자들의 연극 무대 경험을 강조해온 탤런트 손현주(48)는 지난달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열린 서울드라마 어워즈 시상식에서 진세연과 만나 근황에 관해 얘기를 나누다 연극을 하고 있다는 말에 “잘했다”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진세연은 연극 경험을 통해 연기적으로 발전했다고 느끼고 있을까. “호호호. 저 스스로 발전했다고 말하는 것은 좀…, 하지만 그 동안 해온 방송 연기가 카메라의 도움으로 더 낫게 비쳐졌다면 연극 연기는 관객 앞에서 벌거벗고 있는 것처럼 오로지 저 스스로 모든 것을 보여드려야 하는 만큼 폭과 깊이에 있어서 좀 더 진전되지 않았나 싶어요. 앞으로 다시 TV 드라마나 영화를 하게 된다면 이번에 배우고 경험한 것들을 잘 살려 시청자와 관객들이 좀 더 생생하게 느끼고 더욱 몰입할 수 있는 연기를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클로저’는 12월1일까지 공연하지만 진세연은 11월 초까지 무대에 설 계획이다. 지금도 쌓이고 있는 시나리오와 드라마 극본 중에 탐나는 것이 많은데다 그 동안 인연을 맺은 연출자들의 러브콜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탓이다.

“나이가 좀 더 들어서 다시 기회가 된다면 귀엽고 발랄하기만 했던 스무살 시절 진세연의 앨리스가 아닌, 세상의 단맛 쓴맛을 조금 경험해 그만큼 진지해진 진세연의 앨리스를 다시 한 번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좀 더 나이가 들어 세상을 더 많이 경험한다면 ‘클로저’ 속 또 한 사람의 매력적인 여인 안나에도 꼭 도전해보고 싶네요.”<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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