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 “한국어로 대사할 수 있어 자랑스럽고 기쁘다”
고아성 “캐스팅 직후 들뜨지 않으려 노력했다”
설국열차 드디어 전세계 최초 공개!

8월 1일 전세계 최초 개봉을 앞둔 영화 '설국열차'가 7월 22일(월) CGV 왕십리에서 진행된 언론시사회를 통해 국내에서 드디어 첫 선을 보였다. 

개봉 열흘 전부터 예매 1위라는 기록을 수립한 설국열차는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입증하듯 수많은 언론 매체들의 뜨거운 취재 열기로 가득했다. 

영화 상영 후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는 영화에 대한 호평과 더불어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다. 먼저 “그 동안 설국열차에 대한 많은 수식어들을 걷어내고 첫 선을 보이게 되어 후련하다”며 소감을 전한 봉준호 감독은 '괴물', '마더' 등의 전작과 설국열차의 다른 점을 묻는 질문에 “다양한 나라, 인종의 캐스팅 등으로 글로벌 대작이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다녔는데, 이 영화는 한국적이고 보편적이라는 생각을 한다”고 밝혔으며, 전세계 167개국에 판매되어 한국 영화 사상 최고 판매 기록을 갱신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167개국의 리스트를 확인했는데 잘 모르는 나라들도 포함되어 있어서 신기하고 설레였다. 아프리카, 남미에 있는 극장에 가서 반응도 보고 싶고 무대인사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우리 생활 속에 스며들어 있는 이 영화의 기본적인 주제를 흥미롭게 봐주셨으면 좋겠다”며 소감을 전했다. 

성인이 되어 봉준호 감독, 송강호와 다시 함께 작업을 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고아성은 “괴물을 촬영한 후, 봉준호 감독님과 송강호 선배님을 만난 것은 배우 인생에서 다시 없을 행운이지만, 처음 만난 것은 불행에 가까운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 기회가 다시 찾아와 들뜨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연기하면서 감독님과 송강호 선배님께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마지막으로 송강호는 “감독님께서 한국어로 대사를 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하고, 대한민국 영화라는 것이 자랑스럽고 기쁘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으며, 봉준호 감독은 “설국열차를 처음 구상한지 7년, 작업한지 3년 반 만에 제 손을 떠나서 출발하게 되니 감회가 새롭다. 많은 분들이 설국열차에 탑승해 함께 즐거운 폭주를 했으면 좋겠다”는 인사로 기자간담회를 마무리했다. 

새로운 빙하기, 인류 마지막 생존지역인 열차 안에서 억압에 시달리던 꼬리칸 사람들의 멈출 수 없는 반란을 담은 영화 설국열차는 8월 1일,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봉한다. 다음은 질의응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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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말
봉준호 감독 : 영화를 보신 분들과 마주 앉은 것이 처음이라 긴장되고 떨리는데요, 사실 그 동안 이 영화에 많은 수식어들이 있었죠. 대작이다, 글로벌이다 등. 영화는 영화일 뿐이니까요. 모든 수식어들을 다 걷어내고, 관객과 처음 만나는 날이다 보니 첫 만남이 흥분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고 설레기도 한데 이제는 제 손을 떠났다 그런 생각이 듭니다. 후련하기도 하고요.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고아성 : 고아성 입니다. 오랜만에 인사 드리는데요, 대기실에서 상영관으로 걸어오는데 이상하게 가슴이 벅찬 거에요. 이런 느낌을 전에도 한번 느낀 적이 있었는데 언제였냐면 <설국열차> 체코 바란도프 기차 세트 안에 처음 걸어 들어갈 때처럼 비슷한 가슴 벅찬 느낌이었고 어떻게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첫 번째 관객 분들 너무 감사합니다.
송강호 : 송강호 입니다. 오랜만에 인사 드립니다. 1년 6개월 정도 된 것 같은데, 출연한 배우들이 다 나와서 인사를 드리면 좋겠지만 세 사람이 커버를 해야 되니까 아쉽지만 아무튼 반갑습니다. 

- 먼저 봉준호 감독님께 질문 드리겠습니다. 전작을 보면 한국적인 소재와 주인공들을 한국적인 로케이션 환경 안에서 다루셨습니다. <설국열차>가 감독님의 전작과는 어떤 의미로 달랐는지 종합적으로 말씀 부탁 드립니다.
봉준호 감독 : 사실 수식어가 따라 다녔던 것처럼 글로벌 대작을 찍고 싶었던 건 아닙니다. 제가 좋아했던 원작만화가 노아의 방주처럼 지구에 빙하기가 왔는데 인류 생존자들이 타고 있는 거잖아요. 인류의 생존자들이 전부 한국 사람만 있으면 이상할 것 같아서 다양한 나라, 다양한 인종이 섞여있는 그런 캐스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 결과로 이런 형태의 영화가 된 것인데, 그 이전까지 제가 <살인의 추억>이라던가 <마더>에서 늘 구체적인 한국의 상황, 시대, 장소. 한강처럼 그런 것에 기반을 두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처음으로 그런 게 없었어요. 그 좌표 없이 하려니까 좀 허전한 마음도 있었습니다만 대신 워낙 인류 보편적인 주제고 가난한 자와 부자, 힘 없는 자와 힘 있는 자, 달리는 기차 안에서 벌어지는 그런 인간 드라마 입니다. 힘 있는 자와 힘 없는 자의 인간 드라마는 전세계 어디든 다 공통적인 주제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 영화는 사실 되게 보편적이면서 어찌 보면 한국적이다. 저는 그렇게 간단하게 생각했습니다. 

-다음은 송강호 배우님께 질문 드리겠습니다. 남궁민수의 캐릭터, 말투, 표정 같은 것이 독특하고 인상적이었는데요. 쉽지 않은 캐릭터였을 것 같은데, 남궁민수 캐릭터를 위해 어떻게 설정하고 준비하셨나요? 힘든 점은 없으셨는지요? 
송강호 : 봉준호 감독님이랑 작업했던 <살인의 추억>이나 <괴물>의 박강두 같은 역할은 허술하기는 해도 우리가 친근하게 어디서든 만날 수 있는 이웃 같은 느낌의 캐릭터였다면 이번에 맡은 남궁민수는 워낙 환경 자체가 우리가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고 극한의 빙하기라는 설정이기 때문에 과거나 현재나 미래를 살아가는 인물의 느낌이고 신비롭다고 해야 되나요, 어쨌든 오랫동안 마음 속 깊이 남궁민수만이 가지고 있는 야심이랄까 삶의 희망을 가지고 있는 미지의 인물, 신비로운 느낌 그런 것들이 다르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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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고아성 씨에게 질문 드리겠습니다. 열차에서 태어난 열 일곱 살 소녀 캐릭터가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요나는 어떤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하셨는지요? 
고아성 : 요나를 표현하는 가장 간단한 단어는 트레인 베이비라는 말이에요. 기차에서 태어난 첫 세대인데 흔들리는 땅 위에서 태어났고 바깥 공기도 맡아본 적이 없고 기차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지구에서 태어나 살다가 온 사람들과 어떻게 다른지 그걸 영화에서 표현하는 캐릭터인데, 준비를 하면서 경험보다는 상상력에 많이 의존했던 것 같아요. 경험이 없으니까 감독님께도 많이 여쭤보고 선배님께도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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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배우들을 캐스팅 하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캐스팅 하셨는지 궁금하고요, 해외배우들이랑 일하면서 좋았던 점과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봉준호 감독 : 한국이나 외국이나 캐스팅의 과정 자체는 같고요, 미국 쪽은 캐스팅 디렉터 라고 해서 도와주는 전문 업체가 있죠. 그래서 스케줄이 되는 배우에게 시나리오를 보내서 열심히 작품에 대해서 설명하고 이런 과정들은 다 똑 같은 거고요, 단지 배우나 감독들은 다 단순하잖아요. 본인의 전작을 좋아하는 감독과 일하고 싶고 감독 입장에서는 나의 전작을 좋아하고 관심 있는 배우랑 일하고 싶으니까. 저희도 그런 식으로 캐스팅을 했고 시간 순으로 보면 존 허트, 틸다 스윈튼이 제일 먼저 캐스팅이 됐었는데 두 분이 저의 전작 <괴물>이나 <마더>에 관심이 있으셨던 분들이라서 처음 만나서 얘기하기가 수월했고요. 일단 두 분이 캐스팅 되고 나니까 두 분이 가지고 있는 크레딧이랄까요? 존 허트, 틸다 스윈튼이 나오는 영화라는 그런 퀄리티 때문에 신뢰감이 있으니까 그런 것 때문에 순조롭게 풀렸습니다. 그리고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이 대단히 많습니다. 미국이나 영국의 업계에서는 일반 관객들이 한국 영화를 줄줄 꿰고 있거나 그러지는 않죠. 그렇지만 영화제라든가 영화 업계 내부에서는 한국 감독과 배우들에 대해서 아주 자세하게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캐스팅을 진행하는데 외국배우라서 어려운 점은 없었고요, 대신 어떻게 하면 역할에 적합한 배우를 캐스팅할 것 인가 그런 기본적인 고민들을 하면서 생각보다 수월하게 캐스팅을 했고… 그런데 윌포드 역의 에드 해리스는 짧지만 되게 굵은 역할인데, 우여곡절이 많이 있었죠. 제일 늦게 결정이 되었고요. 

-고아성씨는 영화 <듀엣> 이후에 <설국열차>를 찍게 되었는데 상업영화는 굉장히 오랜만인 느낌이 있습니다. 그것에 대한 소감과 봉준호 감독님과 성장한 이후에 같이 작업한 느낌이 궁금합니다.
고아성 : 캐스팅 제안을 감독님한테 처음 받고 <설국열차>라는 영화를 준비하면서 가장 노력을 기울였던 것은 들뜨지 않는 거였어요. 굉장히 오랜만에 송강호 선배님과 봉준호 감독님을 만났는데 사실 영화 <괴물> 이후에 이런 생각을 했었거든요. <괴물>을 만난 것은 배우 인생에서 다시 없을 행운이지만 처음 만난 것은 불행에 가까운 일이지 않았나 이런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그런 기회가 다시 찾아 온 거죠. 그래서 영화를 시작하기 전에 들뜨지 않으려고 마음가짐을 가졌고 제가 들뜨면 봉준호 감독님이 저를 다시 선택한 게 무의미해진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다른 영화를 할 때 보다 마음가짐이 더 특별했던 것 같아요.  

-봉테일 이라고 불리실 정도로 디테일하신데 이번 영화에서는 어떤 디테일에 중점을 두셨는지, 외국 배우들과 작업하는 느낌에 대해서 외국 배우들은 개인적인 성향이 강해서 본인의 컷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 때문에 힘든 점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이 점에 대해서 궁금합니다. 
그 별명을 들을 때 마다 괴롭습니다. 그게 싫다기 보다는 저희 스탭들이 웃을 것 같아서. 제가 얼마나 허술하고 구멍이 많은지는 연출부, 미술팀 등 스탭들이 알고 있고 스탭들이 다 메꿔줍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런 디테일한 스탭들을 모셔오는 것 그게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거고요. <설국열차> 같은 경우는 하나의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거잖아요. 기차가 달리고 있고 사람들이 그 안에서 사는 건데 하나의 별도의 세계에서 십 몇 년을 살고 있고, 일종의 달리는 거대한 타임캡슐 같은 건데 그런 느낌을 어떻게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생각을 했습니다. 예를 들어 영화에서 양복을 입은 악당이 있죠. 그 악당이 입은 양복을 보면 겉보기에는 멀끔하고 깨끗한 양복인데 실밥이 살짝살짝 뜯어져 있어요. 양복을 기차 안에서 재생산 할 수는 없으니까요. 저랑 의상 감독이 얘기했던 건 17년의 느낌, 옷이 가까이 잡혔을 때 실밥들이 나오면서 겉보기에는 멀쩡하지만 자세히 보면 17년의 세월이 묻어있다 라고 우리끼리 즐거워했죠. 관객 분들이 그런 것을 캐치하기에는 너무 미미한 부분이라서 그냥 저희끼리의 즐거움 이랄까요. 그리고 크리스 에반스가 원래 하얗고 잘생긴 미식축구 주장처럼 훤하게 생긴 친구인데 분장을 하면서 17년간 더러운 환경, 꼬리칸에서 지낸 느낌, 바로 몇 시간 전에 시꺼먼 검댕을 바른 그런 느낌이면 안되거든요. 피부가 속에서부터 더러운 게 장시간 켜켜이 싸인 느낌이랄까. 그런 것들을 우리끼리 즐거워했습니다. 
외국배우라고 꼭 일반화 시킬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틸다 스윈튼이나 이완 브렘너는 스코틀랜드 사람이고 연극 무대 출신이에요. 그 두 분은 한국 배우 같았어요. 전체 앙상블이라던가 조화에도 되게 예민하시고 그런 것을 잘 배려해 주시는 것 같고. 크리스 에반스나 옥타비아 스펜서는 미국 배우인데 그분들이 이기적인 행동을 한다거나 그렇지는 않았어요. 대신 자기가 나오는 씬에 대한 짐승 같은 맹렬함, 이 씬을 내가 잘근잘근 씹어 삼키겠다 라는 느낌으로 에너지를 쏟아냈고 틸다 스윈튼 같은 경우에는 한국 배우처럼 같이 현장에서 어울리고 자기 장면이 아니라도 송강호, 고아성씨가 촬영하는 장면에는 옆에서 유심히 모니터를 보면서 있었던 그런 차이가 있었던 것 같아요. 

-영화에서 가장 크게 차지하는 부분이 액션인데 기차라는 좁은 공간에서의 액션을 어떻게 준비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봉준호 감독 : 중국 무술처럼 와이어를 타고 우아하게 날아다닌 다거나 <스타워즈>처럼 레이저 총을 쏜다거나 이런 분위기는 아니고 어떻게 보면 가장 인간들의 액션에 감정이 실려있는 느낌이기 때문에 좁은 공간에서 우리가 지하철 출퇴근 시간에 부대끼는 만원 지하철에서의 싸움과 별 다를 것이 없지 않나. 되게 좁고 긴 공간에서 부대끼는 싸움이고, 어떻게 하면 거기서 화려한 무술 동작 이런 것이 아니라 인간적인, 인간의 몸과 몸이 실제 부딪히는 느낌을 만들 수 있을까 그런 것에 중점을 뒀고 무술감독이 줄리안 스펜서 라고 영화 <이스턴 프로미스>를 보면 매니아들 사이에서 많이 회자되는 사우나에서 싸우는 유명한 씬이 있어요. 그 씬을 감독하셨던 분인데 제가 방금 말씀 드린 좁은 공간에서 몸과 몸이 부딪히는 그런 컨셉을 되게 좋아하셨고 서로 의기투합해서 했고요, 하나 약간 예외라면은 루크 파스콸리노 라는 잘생긴 젊은이가 있어요. 그 친구의 액션 장면에서는 약간의 액션 영화 느낌이랄까 리얼리티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그 친구가 액션 영화를 많이 해본 친구는 아니었어요. 그런데 같이 훈련해서 잘 소화를 해주었던 것 같고 어쨌든 가장 육체적이고 사실적인, 과장된 것이 아니라 좁은 기차에서 치고 박고 싸우면 저렇게 되겠구나 그리고 각 캐릭터의 감정이 묻어날 수 있는 그런 싸움이 되기를 바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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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서 강렬한 캐릭터가 많았는데 본인의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서 어떤 준비를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송강호 : 연기를 하는 배우 입장에서는 외국배우든 한국배우든 다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보고 느끼고 어떤 것이 좋다, 안 좋다 말을 안 해도 서로 공유할 수 있는… 그게 배우이기 때문에 언어는 달라도 연기하는 사람의 공통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영어로 대사를 하는 게 아니라 우리나라 말로 대사를 했기 때문에 크게 어렵지는 않았지만 단지 외국배우랑 공감할 수 있는 호흡, 리액션 같은 부분들이 그렇게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배역이 아니다 보니까 더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할리우드나 스코틀랜드 배우나 다 똑같더라고요. 그래서 크게 어려운 점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과거에 비해서 제작 규모가 큰 영화를 연출하셨는데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았던 영화를 연출 할 때와 <설국열차>를 연출할 때 느꼈던 가장 큰 차이점이 궁금합니다. 
봉준호 감독 : 감독이란 전제들이 그런 것 같아요. 타고난 욕심쟁이라 그런지 30억이 있으면 35억을 쓰고 싶고 <괴물>때도 내가 12억 정도만 더 있었으면 했는데, 이번에도 사실 400억이지만 40억만 더 있다면 이런 생각을 했어요. 40억이면 영화 한편을 찍을 수 있는데, 보는 기준에 따라서 한국에서는 역사상 최고 대작이라는 수식어가 붙어있지만 미국에서는 중, 저 예산 영화거든요. 크리스 에반스가 미국 공중파 토크쇼에 출연했을 때 무슨 영화 하고 계세요? 라고 사회자가 물으니까 <설국열차>라는 영화를 촬영하고 있는데 규모는 작지만 아주 좋은 작품입니다 라고 했었어요. (웃음) 크리스 에반스 입장에서는 그렇죠. 그 친구가 했던 <어벤져스>가 2,400억 정도 제작비를 들였고 미국에서 개봉하는 여름 시즌 영화들은 다 1억 5천불 이상이 넘어가는 영화니까. 미국의 관점에서 보면 독특한 아이디어 중 저 예산 영화, 그리고 또 저희가 그렇게 진행을 했고요. 6개월 이상 이렇게 촬영한 게 아니라 <마더>나 <플란다스의 개> 보다 짧았습니다. 2개월 하고 4주 찍었어요. 대신 준비 기간이 길었죠. 준비를 정말 세밀하게 했고 효율적으로 찍기 위해서 석 달이 아니라 2개월 4주. 정말 타이트하게 주어진 예산에 맞춰서 효율적으로 진행하려고 애를 썼고 똑같은 400억이라도 그것으로 <마더>를 찍는 것과 <설국열차>를 찍는 것은 감독의 입장에서는 많은 차이가 있고요. 큰 예산을 썼지만 오히려 가장 허리띠를 졸라 매고 계획과 그것에 맞춰서 찍으려고 노력했던 작품입니다. 저한테는 엉뚱한 시도 이런 것 보다는 미리 고민한 것, 준비한 스토리 보드와 배우 분들이 미리 준비한 대로 찍으려고 최대한 애를 쓰며 2개월 4주를 찍었던, 3개월이 안 된다 라는 점을 자랑스럽게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영화 속 세계관이 굉장히 풍성하게 만들어졌는데 어떻게 원작과 연결시켜서 17년 동안의 세계관을 만들었는지 궁금하고, 국내 흥행은 어떻게 기대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봉준호 감독 : 국내 흥행부터 말씀 드리면 잘 모르겠습니다. 잘 되기를 바라고 제가 <플란다스의 개>부터 <괴물>에 이르기까지 비교체험 극과 극을 다 해보았기 때문에 그 사이 어디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고요. 
달리는 열차에 살아남은 생존자들이 타고 있고 바깥 세상은 지구에 새로운 빙하기가 왔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서로 싸우고 있다. 라는 원작 만화의 위대한 발상이고 덕분에 이 영화도 만들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사실 영화적으로 다시 재창조하는 입장에서는 모든 것을 새로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어떤 하나의 세계를 만드는 거잖아요. 달리는 기차 안이 하나의 새로운 세계가 되는 건데 그러다 보니까 여러 가지 디테일을 새롭게 만드는 것이 재미있었고요. 원작에서는 기차가 어디로 가는 지 잘 모르게 모호하고 추상적으로 설정되어 있는데 저는 순환선 구조를 택하면서 1년에 한 바퀴를 돈다거나, 어느 시점에 같은 장소를 통과하게 되는 거죠. 크리스마스 때는 어느 계곡을 지나고 부활절 때는 어느 곳을 지나고 기차 자체가 하나의 시계가 되면서 영화에서 보면 다리 위에서 해피 뉴이어를 외치는 장면이 나오죠. 그런 것들이 하나씩 하나씩 새롭게 덧붙여 지면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내는 그런 느낌이 SF 영화를 만드는 가장 큰 재미가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해외 개봉을 앞두고 있는데 감독님의 이전 작품들이 해외 영화제를 통해서 좋은 평가를 받으셨었고, 상업적인 영화로 개봉하는 것은 기대를 많이 모으고 있는데 어떤 소감으로 개봉을 준비하고 있는지 궁금하고요. 주제가 보편적으로 인류에게 어필하는 주제라고 하셨는데 그런 것들이 관객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 질 거라고 예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봉준호 감독 : <괴물>이나 <마더>가 많은 나라에서 개봉했었지만 아트 하우스 개봉이라고 하죠, 동시에 수천 개에 극장에 깔리는 와이드 릴리즈 개봉은 없었죠. 영화제나 소규모 개봉, 예를 들어 우리 나라에 <타인의 취향>이나 <빌리 엘리어트> 같은 영화가 한국에서 개봉하는 것처럼. 이번이 상대적으로 가장 크게 개봉하는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배급사에서 저한테 개봉하는 나라의 리스트를 보내줬는데 167개국을 보니까 우리가 잘 모르는 나라들, 올림픽 개막식 때 처음 보는 나라들이 포함되어 있어서 신기하기도 했고 설레기도 하고 그분들이 어떻게 볼까, 정말 예측하기 힘들죠. 아프리카나 남미에서 개봉하면 극장가서 반응도 보고 싶고 무대인사도 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주제적으로는 어느 나라 사람들이나 비행기를 타면 이코노미, 비즈니스 칸이 있고 기차를 타도 특실이 있고 일반 칸이 있잖아요. 부자와 가난한자, 힘이 있는 자와 없는 자의 모습은 우리 생활 속에 이미 다 스며들어 있고 전 세계가 다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고 그런 관점에서 이 영화는 그런 기본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으니까 최소한의 연결고리죠. 그런 관점에서 보면 흥미롭게 따라갈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스스로 생각합니다. 

-남궁민수가 감옥에 갇힌 이유가 궁금하고, 꼬리칸에 대부분 성비가 남성이 많고 여성이 적은 반면 앞칸은 대부분 백인 여성들이 많이 있었는데 특별히 염두 하신 것인지 궁금합니다.  
봉준호 감독 : 영화에서도 왜 남궁민수와 요나가 서랍식 감옥에 들어갔는지는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철창에 있는 죄수는 난동을 피우면 독방으로 보내듯이 독방 같은 데가 그 서랍이 아닐까 우리끼리는 얘기를 했습니다. 그것을 관객 분들에게 자세하게 다 설명드릴 여유는 없었고요, 등장을 재미있게 시체 안치소 서랍 같은 데서 나오면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꼬리칸에서 인력자원을 뽑아가는 구조잖아요. 젊은 여성들을 적정한 나이 때가 되면 앞칸으로 데려가지 않나. 그래서 꼬리칸에는 할머니 들만 계시고 기차 시스템의 잔인한 일면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마지막 인사
송강호 : 영어로 대사를 했으면 상당히 어색했을 거라고 생각이 들고 봉준호 감독님이 한국어로 시켜주셔서 감사하고 한국어로 연기할 수 있었다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웃음) <설국열차>가 대한민국 영화라는 것이 자랑스럽고 자긍심이 넘치고 기쁘게 생각하고 영광스럽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아성 : 저도 굉장히 오랜만에 인사 드리는데요, 이렇게 자신 있는 영화, 좋은 영화로 찾아 뵙게 돼서 정말 기쁩니다. 영화 재미있게 보셨길 바라고 입소문 부탁 드립니다. 와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봉준호 감독 :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처음 이 원작 만화를 접하고 박찬욱 감독님과 이태헌 태표님께 이 작품을 해보자고 처음 얘기 했던 게 7년 전인데, 구상한지 7년 작업한지 3년 반 만에 기차가 제 손을 떠나서 출발하게 되니까 감회가 되기 새롭고요. 커다란 암 덩어리가 몸에서 쑥 빠져나간 것 같은 시원한 느낌이 듭니다. 많은 분들이 이 기차에 타서 함께 즐거운 폭주를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감사합니다.

/이복현 기자 bhlee@thegam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