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 1월14일 인도에서 자체 운영체제(OS)인 타이젠을 탑재한 저가 스마트폰 Z1을 출시했다.

타이젠은 삼성전자와 미국 인텔 등과 공동 개발해 2012년 공개한 스마트기기용 OS다. 타이젠폰 Z1은 4.0형 디스플레이, 1.2㎓ 듀얼코어 프로세서, 듀얼 심카드, 1500㎃H 용량 배터리, 310만 화소 카메라 등의 사양을 갖췄다. 인도 현지에서 5700루피(9만9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일단 반응은 나쁘지 않다. 지난달 26일 외신과 삼성전자에 따르면 Z1은 인도에서 출시된 지 10여일 만에 5만대 넘게 팔렸다. 삼성전자 인도법인 마케팅담당 부사장 아심 와르시는 이날 현지언론과 인터뷰에서 “Z1의 판매량이 예상치를 초과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초 프리미엄 하이엔드급이나 중저가 시장에서 출시될 것으로 예상했던 타이젠폰이 Z1이라는 이름으로 12억 인구를 가진 인도의 초저가 시장에서 첫선을 보인 것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일본, 프랑스, 러시아에서 타이젠폰을 출시하려 했다가 번번이 실패한 삼성은 인도에서 Z1을 내놓았다.

삼성은 Z1 출시를 통해 ‘타이젠 생태계’를 과연 구축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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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젠폰 Z1 출시, 외신의 평가

 구글 안드로이드OS나 애플 iOS가 아닌 제3의 OS ‘타이젠’을 적용한 Z1을 바라보는 해외 언론의 시각은 엇갈린다.

최근 미국 IT전문 매체 지디넷의 컬럼니스트 라지브 라오는 “Z1을 인도에서 출시한 것은 스마트폰을 아직 산 적이 없는 소비자층을 대거 흡수하고 자체 OS를 선보인다는 점에서 똑똑한 전략”이라고 치켜세우면서 “삼성전자가 이를 계기로 세계 저가폰 시장에서도 입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라오는 “Z1이 가격은 싸지만 스펙이 기준미달이라는 평가를 받는 등 부정적 견해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Z1 가격에 몇 달러만 추가하면 훨씬 더 나은 사양을 갖춘 현지 기업(마이크로맥스 등)의 스마트폰을 살 수 있다”고 꼬집었다.

로이터통신도 지난달 20일(현지시간) 시장조사업체 IDC의 애널리스트 카란 타카르의 말을 인용, “92달러의 Z1이 다른 안드로이드폰 보다 가격 경쟁력이 있지만, 저가폰 시장에는 이미 이런 가격대의 제품들이 매우 많다”며 “소비자들은 가장 싼 제품이 아니라, 특정한 사양을 원한다”고 지적했다.

Z1 출시…'타이젠 생태계’ 구축에 도움될까

 국내에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삼성전자가 이미 자체 OS인 ‘바다’를 적용한 스마트폰을 내놓았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문을 닫았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권석철 큐브피아 대표는 지난달 30일 “설령 Z1이 (인도에서) 흥행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구글이나 애플의 견제로 타이젠 생태계를 구축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이 아니라 사물인터넷(IoT; 모바일 장비, 가전제품 등 각종 사물과 사람을 인터넷으로 연결하는 기술)을 적용한 홈 기기에 타이젠OS를 적용하겠다는 것이다”고 짚었다. 타이젠폰 출시는 모바일 OS 독립 차원보다 사물인터넷 전체 플랫폼으로 타이젠OS를 확산시킨다는 전략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얘기다.

삼성 측도 “타이젠을 보통 모바일OS라고 인식하는데, IoT 플랫폼 개념으로 봐야 한다”고 말해 이같은 분석에 무게를 실었다. 

그러나 IT업계에 정통한 대기업 임원 출신 전문가는 타이젠 생태계 확산을 위해 필수적인 앱 개발자들의 신뢰 및 참여 저조 등의 문제를 들어 생태계 구축이 쉽지 않을 것으로 우려했다.

“타이젠 디바이스를 만드는 회사가 삼성전자 밖에 없다. 그런데도 삼성전자는 개발자들과 무엇인가를 해본 적이 있느냐, 무엇을 하면 되는지 알고 있느냐”고 반문하며 “생태계에서는 개발자가 가장 중요하다.”

그러면서 “삼성전자가 저가의 디바이스에 타이젠OS를 적용했다”며 “자신이 강화시키거나 밀고 나갈 것을 값싼 스마트폰에 넣어서 접근한다는 것이 맞느냐. 중소기업에서도 그런 전략을 택하지 않을 것이다”고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하지만 타이젠 생태계 구축과 별개로 삼성전자가 독자 OS 개발을 하는 것 자체에 대해서는 실패하더라도 당연히 해야할 일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삼성이 안드로이드OS 때문에 구글한테 끌려다니는데, 디바이스 마저 중국 기업이 치고 올라와 위협을 받고 있다. 때문에 삼성은 되든 안되든 무조건 자체 개발한 OS를 밀어야 한다. 폰에도 들어가고 여기저기 다 들어가야 한다. (독자 OS를 내놓았다는) 상징적 의미로 보인다 해도 그래야 제품도 팔린다. 타이젠 생태계 구축은 필요한 일이지만, 목표가 될 수 없다. 삼성의 전략이 단기적으로는 어렵겠지만 올바르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