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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아(38)가 영화 '더 파이브'(감독 정연식)를 찍고 난 후 제작자 강우석(53) 감독에게 문자를 받았다. '당신은 배우입니다.' 

김선아는 이 영화에서 살인마에게 남편과 딸을 잃고, 두 다리마저 빼앗겨 하반신 마비로 살아가는 '고은아'가 됐다. 자신의 장기를 담보로 네 명의 조력자를 꾸려 복수를 해나가는 인물이다. 은아가 되기 위해 평소 다니는 병원에서 수동휠체어와 자동휠체어를 끄는 연습을 했다. 넘어졌을 때 조건반사적으로 움직이는 감각도 죽인 탓에 촬영 때 팔 부상을 입기도 했다. 

외형적으로도 변화를 줬다. 가위로 자른 듯 거칠고 헝클어진 헤어 컷을 위해 다섯 번의 파마로 바스러질 듯 거친 머릿결을 연출해냈다. 죽은 남편의 옷을 착용, 여성스러운 몸을 감췄다.

김선아는 "고생한 보람이 있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덤덤히 말했다. 사실 그동안 스코어에 연연해 하지 않았다. 2002년 첫 영화 '예스터데이'는 힘겹게 촬영해 월드컵 시즌에 개봉, 흥행에 실패했다. 그래도 "10개월 동안 촬영한 시간이 너무 즐거웠다. 2011년에는 '예스터데이' 10주년 파티도 있었다. 즐겁고 좋은 사람들과의 작업이 좋았다"며 성공작으로 분류했다. 한 달 반 만에 마쳤지만 흥행에 성공한 영화 '몽정기'(2002)와 비교해도 아깝지 않은 시간이었다.

결과를 대하는 마음에는 지금도 변화가 없다. 하지만 함께한 사람들을 위해 '스코어'를 생각하게 됐다. "강우석 감독님이 '이번 작품으로 당신이 왜 배우인지를 알게 해줬다' '최고로 열심히 해줘서 좋다. 개봉할 때까지 마음껏 잘난척하라'는 내용의 문자 세 통을 보내왔다. 결과를 떠나서 다들 고생한 게 와 닿았다. 아파하며 찍었던 시간들이 나에게 얼마나 소중한 순간들인지 또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김선아는 사이사이 말을 쉬었다. 고된 시간들이 떠오르면서 울컥하는 듯했다. 눈가에서는 눈물이 어렸다 마르기를 반복했다. '고은아'에서 아직 헤어 나오지 못한 것 같다. 한 번 몰입한 캐릭터에서 빠져나오기까지 다른 배우들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아직도 "'내 이름은 김삼순'과 '여인의 향기'를 못 본다. 노래만 흘러나와도 그때로 돌아가게 된다."

이번 영화도 그랬다. 스스로 고은아가 돼 인물의 감정을 마주했다. 특히,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복수신의 감정은 촬영 때까지 풀지 못했다. 결국 물음표를 품고 현장에서 나오는대로 연기했다. "사람들이 복수를 하고 나면 통쾌해 할까요?"라고 반문했다. "개인적으로는 가슴이 뻥 뚫린 기분이었다. 어떻게 연기를 해야 할지 몰랐다. 결국 부딪혀서 가기로 했다. 연기나 감정에는 정답이 없다는 생각이었다."

"마지막으로 남편의 점퍼를 벗고 남편의 라이터를 던졌을 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느낌이 왔다. 오열도 할 수 없을 정도로…"라며 또 말을 멈췄다.

김선아는 "작품이 끝나면 많이 힘들다. 다른 사람의 삶을 산다는 게 매력적이기도 하지만 지금은 내 원래 성격이 무엇인지 혼란이 오기도 한다. 정체성의 혼동이 오면서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인들에게 오는 권태기 같은 것인가 보다. 이 영화가 끝났으니 좀 쉬어야겠다"고 털어놓았다.

"함께 연기한 박효주에게 연락이 오면 지금도 눈물이 난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팀이 모여서 또 여유롭게 촬영을 했으면 좋겠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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