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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요? 아직도 저를 봐주는 게 불편해요. 오히려 시선을 분리하고 싶어요. 주위에서는 아들이 잘못 태어났다고까지 하세요. 하지만 전 지금이 편하고 좋아요."

영화 '톱스타'를 연출한 박중훈(47) 감독은 탤런트 소이현(29)이 여배우 같지 않아서 좋다. "자기애로 연명하는 직업인 배우, 그중 여배우는 모든 사람이 자신을 봐주기를 원한다. 하지만 소이현은 그런 여배우의 모습보다는 배려가 몸에 배어있다"는 것이다.

소이현은 "박 감독님이 그러세요?"라며 웃었다. 그러더니 박 감독의 촬영장 분위기를 전했다. "가끔은 신경질 날 때도 있고 화가 날 때도 있는 곳이 현장이거든요. 하지만 영화 '톱스타' 현장은 놀러 다니는 기분이었어요. 박 감독님이 똑똑하게 사람을 다루세요. 칭찬으로 시작해서 칭찬으로 끝나죠. 기분 좋게 일할 수 있었어요."

소이현은 현실에서는 대중의 사랑을 받고 사는 연예인이다. 영화에서는 영화·드라마 제작자 '미나'를 연기했다. 타고난 감각과 뛰어난 사업 수완, 미모까지 겸비했다. 톱스타 '원준'(김민준)과는 오래된 연인 관계이자 매니저에서 스타로 인생역전한 '태식'(엄태웅)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 인물이다.

소이현은 "제작자의 자리에 있으니까 스타의 위치가 가엾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새삼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가벼운 존재라는 걸 깨달았죠. 대중의 관심을 받고 예쁘고 멋있게 보이는 직업이지만 입김만 불어도 쓰러지는 게 배우예요. 노출이 그만큼 돼있기 때문에 여리고 안타까워요. 반면, 미나로 살아보니 제작자나 엔터테인먼트 대표님들이 묵묵히 응원해주는 게 새삼 감사하게 느껴졌어요. 미나가 저에게는 특별한 인물이었죠."

배우로서의 삶이 궁금하다. "나약한 사람"이라는 말이 돌아왔다. "늘 선택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죠. 갑일 수 없는 사람들이에요. 대중에게 노출되기 때문에 강박관념이 있어요. 또 연기를 잘해야 한다는 노이로제에 시달리기도 해요. 지나친 관리로 성형의 늪에 빠지는 건 안 좋지만, 적당히 관리도 해야 해요"라고 털어놓았다.

배우라고 해서 일반 여성들과 다를 것은 없다. "직업이 배우일 뿐 TV에 나오는 사람이에요. 먹고 즐기는 건 똑같은데 얼굴이 알려졌죠. 그러다 보니 연애도 숨어서 해야 하고 헤어지면 헤어지는대로 이슈가 되요. 얼굴과 몸과 마음을 늘 유지해야 하고요. 똑같이 나이 들고 늙는데도 대중이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신기했죠. 5~6년이 지나면서 무서운 곳인 걸 알게 됐어요. 10년이 되니 익숙해요. 하지만 여전히 적응은 안 되네요."

'톱스타' VIP 시사회에는 많은 연예인이 참석했다. 영화가 끝날 때쯤에는 이곳저곳에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소이현도 "현장에 참석한 많은 분이 울었다. 내 옆에 앉은 분도 울었다"고 전했다. "조급 결핍돼 있고 모자라기도 한 '태식'에게서 자신을 봤을 것 같아요. 억눌려있고 촌스럽기도 한데 욕망이 꿈틀거리는 모습을요. 하지만 본인의 모습이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았을 거예요"라고 이해했다. 

그러면서도 "단점보다 장점이 많은 직업이기도 해요"라며 긍정했다. "국회의원도 아닌데 공인이라는 소리를 들어요. 그만큼 대우도 받고. 얻는 게 많으니 잃을 것도 당연히 있어야죠"라는 마음이다. "친한 친구가 상을 당하거나, 친동생 출산 등에 함께 하지 못하는 건 속상하죠. 또 내 감정을 마음대로 표출하지 못해 힘든 점도 있어요. 그래도 후회는 없어요."

소이현은 2002년 가수 이기찬의 '감기' 뮤직비디오로 데뷔했다. 드라마는 2003년 SBS TV 수목드라마 '때려'가 첫 작품이다. 어느덧 10년이다. 

"데뷔 때는 두려움도 무서움도 없었어요. 재미있었으니까. 20대 중반에는 조금씩 알게 되면서 조바심이 생겼어요. 20대 초반 나이대를 연기하자니 귀여운 역할이었고 30대 역할은 역량이 안 됐어요. 밑에서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은 또 얼마나 예쁜데요. 올해 들어서면서 여유로워졌어요. 후배들보다 예뻐야 한다는 생각을 아예 없앤 것 같아요. 그들은 원래 예쁘고 싱그러운 존재들이에요. 저는 더 예쁘게 늙어 가면 돼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나이가 들어서 배우라는 타이틀이 어색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나문희 선생님처럼요. 저도 한 계단 한 계단 그 길을 밟아가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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