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바일 RPG '삼국전투기' 원작자 최훈 작가

위레드소프트(대표 강지원)가 서비스 중인 '삼국전투기'는 유명 웹툰 작가 최훈이 연재 중인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모바일 RPG다.

삼국전투기.jpg

지난 달 13일 네이버 앱스토어를 통해 공식 서비스를 알린 '삼국전투기'는 매출순위 10권 안팎을 유지하며 꾸준히 흥행 성적을 내고 있다. 별도의 대규모 프로모션 없이 자체 서비스를 통해 이뤄낸 성적 치고는 의미있는 결과다.

무엇보다 웹툰이 원작인 만큼 기존 '삼국지'의 스토리를 가벼우면서도 코믹하게 풀어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여기에 원작자인 최훈 작가만의 개성넘치는 캐릭터들이 게임에 생동감을 더했다.

사실 최훈 작가는 국내에서 야구 만화가로 더 잘 알려져 있다. 'MLB 카툰'을 비롯해 'GM', '돌직구', '클로저 이상용' 등으로 야구팬들에게 더 친숙하다. 3년 전부터 소셜미디어 '야구친구'도 운영 중이다. 프로야구 정보에 카툰을 접목시킨 '야구친구'는 회원수만 100만명이 넘는 유명 앱이다.

최훈 작가는 1999년 결혼 직후 만화가의 꿈을 안고 일본 유학을 떠났다. 남들에 비해 늦깍이 유학길이었지만, 일본에서의 경험은 그에게 큰 자산이 됐다. 일본의 야구 열풍을 비롯해 일본의 앞선 출판만화 환경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만화가로서의 자신감을 얻었다.

딱딱한 일본의 출판환경에 염증을 느끼고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2000년대 중반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일간스포츠 연재작 '하대리'를 비롯해 네이버 웹툰 'MLB 카툰'을 선보이며 대중적인 인지도를 쌓았다.

요즘의 근황을 묻는 질문에 일주일에 8개 가량의 마감을 소화하고 있다고, 프로야구 시즌 전이라 여유가 있는 편이라고 했다. 웹툰에서 스마트앱과 스마트폰 게임까지, 만화와 IT의 경계에서 가장 핫한 작가로 왕성하게 활동 중인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최훈작가1.jpg

- 지난 달 연재 중인 '삼국전투기'가 스마트폰게임으로 나왔다

귀엽게 잘 나왔다고 본다. 원래 게임을 엄청 좋아한다. 사실 '삼국전투기'는 캐릭터를 제공한 것 외에 특별히 개발과정에 간섭하고 싶지 않았다. 개발사인 위레드소프트가 신경을 많이 써준 덕에 게임도 잘 나온 것 같다. 개인적으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었으면 하고 바랬는데 만족스럽게 나왔다. 게임 진행도 빠르고 틈틈히 시간이 날 때 즐길 수 있도록 한 점이 마음에 든다.

- 위레드소프트와 함께 일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위레드소프트의 김동수 이사가 먼저 메일을 줬다. 네오위즈 다닐 때부터 알고 지냈는데, 장인 스타일이었다. 개인적으로 말을 청산유수처럼 잘하는 사람들은 부담스럽다. 김동수 이사는 내가 좋아하는 장인 스타일이었고, 진실성이 느껴져 흔쾌히 게임을 만들자는 데 동의했다.(웃음)

- 야구 외에 '삼국지' 소재의 만화를 그리게 된 이유는?

'삼국지'는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이야기다. '삼국전투기'는 내 개인적인 취미를 만화로 그리는 것이어서 늘 즐겁다. 역사를 풀어낸다는 것이 그렇다. 지난 2006년부터 10년 가까이 그리면서 역사를 대하는 태도도 많이 변했다. 삼국지는 누구나 아는 이야기다. 하지만 자료나 서적을 찾아보면 역사가 지니는 즐거움, 재미, 교훈이 정말 많다.

삼국전투기는 패러디나 개그도 많이 넣고, 엉뚱한 이야기도 들어가 있다. 점점 시간이 흐르면서 창작해 넣은 것도 있다. 그대로 하면 재미가 없을 것 같아 변형을 하게 됐다. 하지만 요즘은 있는 그대도 보여주는 게 오히려 재미있는 것 같다. 10년 가까이 이어 오다보니 굳이 드라마틱한 부분이 없어도 삼국지 자체가 매력이 있다는 것을 느낀다. 평범해 보이지만 굴곡이 있듯이 삼국지 속에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날것이 재미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초반과는 스타일이 바꼈다. 여전히 개그를 넣으려고 하지만 그 모습 그대로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물론 제 만화는 역사가 아니다.(웃음)

- 너도나도 '삼국지'를 꿰뚫고 있다고들 한다. 만화에 대한 독자들의 의견도 분분하다

댓글을 보더라도 삼국지에 대해 말을 많이 한다. 하지만 삼국지 정사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이 드물고 판별할 수 있는 기준이 없다. 보통 삼국지 정사라 하면 진수의 글에 배송지가 주를 단 것을 말한다. 하지만 아마추어 번역본의 경우 애매모호한 번역이 많다. 서로 주장이 다른데 한편으로 조심스럽다. 가끔 웹사이트에서 찾아본 인증되지 않은 것을 주장하기도 한다.

- 삼국지에 대한 이야기의 근거로 삼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일본판 삼국지 정사를 직접 읽고 확인한다. 이 책을 통해 틀린 것을 많이 찾았다.

최훈작가4.jpg

- '삼국전투기'를 보면 당시의 유명 연예인이나 사건을 패러디하거나 또는 당시 유행하던 개그적 요소들이 많이 녹아 있다. 이런 것들이 쌓여 최훈 작가만의 '삼국지'가 만들어지는 것 같다

그럴 것이다. 그 당시의 영화나 게임에서 유행했던 사건들이 만화 속에 패러디 돼 있다. 당시의 패러디를 아는 사람이라면 또 다른 재미를 느낄 것이다.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은 그것에 공감하고 기억하게 돼 좋아하는 것 같다. 최근의 예로는 '땅콩회항' 같은 사건을 넣을 수도 있을 것이다. 모든 독자들을 광범위하게 공감시키지는 못하겠지만, 이 사건을 아는 독자들과는 더 깊게 느낌을 나눌 수 있게 해준다. 나와 공감할 수 있는 분들과 함께 한다는 느낌을 줄 수 있어서 좋다.

- 만화를 그리게 된 동기가 궁금하다

아버지가 만화를 좋아하셨다. 퇴근하시면 만화를 자주 사오셔서 먼저 화장실에서 읽고 내게 주곤 했다. 아버지가 법대 출신이라 고시준비를 하는 동안 엄청 만화책을 봤다. 휴일에도 만화책을 빌려오라고 종종 심부름을 시켰다.(웃음) 만화가가 되고 싶었지만 그림을 못 그렸다. 만화가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학교 반에서도 저보다 잘 그린 학생들이 2~3명은 늘 있었다. 안되겠다고 포기했다. 그러면서 평범하게 살려고 대학에 들어가고 군대를 가게 됐다.

너무 우연이었다. 친구가 소설가가 되겠다며 글을 썼고 그게 너무 재미있어 보여 나랑 같이 해보자. 서로 바꿔 읽어보고 서로 평해주곤 했다. 그러다 쓴 소설을 묵히기 아까워 PC통신에 올리면서 등단(등단작 ‘I even kill the dead’)하게 됐다. 글 쓰는 재능이 있다면 만화를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졸업 후 일본으로 유학을 했고 돌아오자마자 일간스포츠에 만화를 연재하면서 본격적으로 만화가가 됐다.

- 일본에서 유학 생활은 어땠나?

일본에서 무척 고생했다. 한국에서의 생활이 장난이라면 일본에서의 생활은 ‘생활전선’이라는 느낌이다. 일본 사람들은 답답하고 융통성이 없이 원리원칙대로 하는 것 같다. 한국에서는 주변 눈치를 많이 봐야하지만 일본은 그런 스트레스는 없었다. 서로에 대한 관심이 적어 편하기도 했던 것 같다.

- 일본의 출판 환경은 어떤가? 국내와 다른 점이라면?

일본에서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고 배우기 시작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만화를 직접 그려 일본 잡지사에 냈다.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 편집사와는 달리 열심히 봐주고 평가해준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박봉에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처하다보니 그런 거 같다. 하지만 일본은 무명의 만화가라도 편집자 자신의 실적과 연결돼 있기 때문에 전문가 입장에서 조언을 해준다. 알려지지 않은 만화가라도 성심 성심껏 이야기를 해준다. 엄청 자세히 코치를 해준다. 4년 정도 지나니 담당 편집자도 생기게 됐고 데뷔할 수 있을 정도까지 왔지만 일본에서의 생활을 접었다. 마침 딸도 생겼고, 일본에서의 삶은 변화가 없는 사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2002년 1월에 한국에 돌아왔다.

최훈작가2.jpg

- 국내에서 '야구만화가'로 잘 알려져 있다

지금은 야구만화 작가다. ‘삼국지’나 야구도 취미였다. 복 받은 거 같다. 좋아하는 것을 하게 됐고 만화도 좋아하는 것을 그릴 수 있게 돼 행운이라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만화나 야구나 삼국지는 깊숙이 들어가면 갈수록 더 좋은 것을 만날 수 있는 것 같다.

- 야구를 원래 좋아 했나? LG팬으로 알고 있다

LG팬이다.(웃음) 먼저 'MLB 카툰'을 했고 이후 한국 야구를 소재로 만화를 그리게 됐다. 처음 'MLB 카툰'을 그리다 보니 생각을 못했다. 장단점이 있다.

- 특별히 기억나는 독자가 있나?

있다. 내게 팬레터를 보낸 분은 아니다. 제 만화에 초기부터 댓글을 달아준 분이다. 별도로 만나거나 한 사람도 아닌데 내 마음을 너무 잘 안다. 13년째인데 지금까지도 그렇다. 누가 나에 대해 모함을 하거나 하면 그 분이 대신 반박을 해준다. 내 속내를 너무 정확히 알고 있어 놀라곤 한다. 나는 내 글에 댓글을 달지 않는 것을 철직으로 여기고 있는데, '혹시 내가 이중인격이 되어 댓글을 단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늘 고맙게 여기고 있다.

또 삼국전투기 팬 중에도 있다. 이분은 삼국전투기 속에 삽입된 패러디를 정리한 분이다. 장난이 아니다. 별도의 책 하나가 될 정도로 정리해 놓았는데, 그 분 블로그를 보고 놀랐다. 알고 보니 이 분은 백혈병을 앓고 계셨다.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오랫동안 내 만화를 다뤄주셨다. 울적한 마음인 동시에 고맙게 생각한다.

- 소셜미디어 '야구친구'에 대해서도 얘기해 달라

'야구친구' 좀(?) 된다. 요즘 미디어들이 힘들다. 이 과정에서 SNS 등 새로운 미디어 형태가 성장하고 있어 주목을 받는 것 같다. 요즘 미디어는 필요한데, 막상 미디어의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앞으로의 미디어가 어떻게 변화될지 관심을 가져주는 것 같다.

- '야구친구'의 현황을 알고 싶다

'야구친구'는 페이스북, 앱, 카카오톡 등을 다 합치면 100만 다운로드 정도 된다. 광고 수익은 있는데 많지는 않다. 최근 캐릭터 상품이 비교적 반응이 좋다. 피큐어, 다이어리, 모자 등이 있다. 또 콘텐츠를 팔아 수익을 얻고 있다. 3년째인데 이제 숨통이 트인다.

- 좋은 만화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어떤 매체이든 개인의 취향은 천차만별이다. 자신에게 재미있는 만화가 좋은 만화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만화 보는 걸 좋아한다. 여운이나 감동을 주는 만화를 그리고 싶다. 얼마 전 ‘수수께끼 그녀 X’를 읽었는데 여운이 짙게 왔다. 속으로 이런 만화를 그려야 하는데 하면서 한 커뮤니티사이트를 들어가게 됐다. 감동을 나누고 싶어서 들어갔는데, 이 만화에 대해 까는(?) 글을 보게 꽤 당황스러웠다.(웃음)

- 만화는 긴 설명을 간결하고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힘이 있는 것 같다. 그런 건 어떻게 배울 수 있나

만화가는 누가 '평생직장'이라고 하는데 아니다. 감성을 잃어버리면 작가의 생명은 끝이라고 본다. 늘 뒤처지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좋은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워커를 닦듯 열심히 해야 한다. 워커를 계속 닦아야 광이 나는 것처럼 끊임없이 갈고, 닦아야 작품도 빛이 난다. 막상 할 때는 재미없고 지루하지만 광이 나면 뿌듯하듯이 말이다.

- 만화를 그리다보면 잘라내야 하는 컷도 많을 것 같다

만화가는 자르는 게 일이다. 많은 컷이 있는데 차마 버리지 못하면 망가진다. 자를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아까워하면 안 된다.

최훈작가3.jpg

- 만화 환경도 예전과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요즘은 작업을 할 때 90% 이상 태블릿을 쓰는 것 같다. 만화계도 IT와 결합되면서 새로운 변화가 있다. 최근 만화는 웹툰 시장이 열리면서 숨통이 트였다. 향후에는 e북 시장으로 환경이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유료화가 되고 하려면 e북쪽이 정답이 아닐까 생각한다.

- 만화의 해외 수출도 고려하고 있나?

출판사를 통해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큰 재미를 못 봤다. 미국 시장에 도전해보고 싶다.

- 만화를 그리다 막힐 경우 답답하지 않나?

만화가는 소위 '엉덩이 병'이 많다. 아무래도 앉아서 작업을 하다보니. 개인적으로는 방안에 갇혀있어도 왔다갔다하면서 만화책도 보고 다른 영화도 본다. 답답할 때가 많다. 3~4시간이나 5~6시간 막힐 때가 있는데 포기가 안되는 경우다. 나올 것 같은데 나오지 않는 때가 정말 답답하다.

- 만화가 지망생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머리에 많은 것을 축적시켜 놓길 바란다. 분명히 도움이 된다. 천재들은 정말 드물다. 기반이 많이 있어야 뭔가를 끄집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머릿 속에 다양한 것을 입력해 놓으면 도움이 될 것이다.

- 끝으로 팬들에게 전할 말이 있다면?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드린다. 정말 감사드린다. 좋아해주시고, 특히 저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분들이 있다는 것 자체가 기쁜 일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게임 너무 하지 마시고 적당히 즐기시길 바란다.(웃음)


/최진승 기자 jin@thegamenews.com

최훈작가5.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