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에서 배우로 거듭난 ‘별에서 온 그대’ 전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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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은 아니지만, 아이돌 이상의 관심을 받고 있는 여배우가 있다.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 천송이 역을 맡은 전지현을 두고 하는 말이다. 전지현의 TV나들이는 14년만이다. 전지현은 이미 17년 가까이 연기를 해오고 있는 중견 배우다.

■ 일취월장…톱스타에서 배우로


SBS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의 천송이는 전지현을 빼닮았다. 천송이는 어린 나이에 배우 생활을 시작해 20대의 나이에 톱배우가 됐다. 전지현이 딱 그랬다. 전지현은 출연하는 영화마다 주연을 맡았다. 1998년 영화 ‘내 마음을 뺏어봐’로 데뷔했는 데, 데뷔작에서 곧바로 주연이 됐다. ‘별그대’에서 아시아의 별이 된 천송이의 삶은 전지현의 필모그래피를 그대로 빼다 박았다. 언니는 2001년 영화 ‘엽기적인 그녀’로 아시아 톱스타로 자리를 잡았다. 한마디로 원조 한류 스타가 된 셈이다.
그렇다고 천송이처럼 일사천리는 아니었다. 전지현의 오늘이 있기까지 굴러 들어온 행운을 거저 얻은 것은 아니었다. 전지현은 주연 배우로 승승장구하는 것 같았지만, 영화의 흥행과는 거리가 먼, 속타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배우로 희비 쌍곡선을 이겨내야만 하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출연 영화에서 전지현은 언제나 주연 배우였다. 흔히들 친구들이 말하는 ‘여주’가 바로 전지현이다. 그런만큼 그 작품의 흥행 책임도 전지현의 몫이다. 전지현은 2004년 영화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와 2009년 영화 ‘블러드’ 등의 잇따른 흥행 실패로 뒤에서 손가락질을 받기도 했다. 여전히 스타 아이콘의 대명사인 덕에 광고모델로 꾸준히 활동했지만, 영화는 망치고 광고만 뛴다고 일부에서 비아냥을 멈추지 않았던 거다. 스타라면 누구나 온갖 루머도 이겨내야 했다.
전지현은 싸이더스라는 당시 최고의 매니지먼트사를 나와 1인 소속사를 차렸다. 이 때부터 전지현은 스타성에 의지하기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작품을 찾아 다니며 ‘삼고초려’도 마다하지 않았다.
전지현은 감독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영화 ‘도둑들’의 예니콜을 맡게 됐고, 분량은 적었지만 영화 ‘베를린’의 련정희 역도 그렇게 따내게 된 거다. ‘도둑들’은 1298만명의 관객이 찾았고 ‘베를린’은 716만명을 끌어 모았다. 두 작품을 합하면 200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셈이다. 전지현는 두 작품을 통해 톱스타로 소비되는 상품이 아니라, 자신이 주체적으로 현실을 그려나가는 배우가 된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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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신우일신…배우의 숙명


‘별그대’의 천송이는 전지현의 그간의 연기 이력이 녹아있는 드라마다. 드라마에 출연한 것은 14년 만이다. 1998년 ‘내 마음을 뺏어봐’와 1999년 ‘해피투게더’에 출연한 것이 전부였다.
‘별그대’에서 천송이는 긴 머리와 헤어드라이어를 흔들며 엽기적으로 노래를 부르는 연기를 펼쳐보인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청순하게 눈물을 글썽거리는 모습을 보면 영화 ‘엽기적인 그녀’ 속의 언니 모습을 닮았다. 또 앙칼진 매력의 연기 속에는 영화 ‘도둑들’에서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전지현에게는 고정관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도둑들’과 ‘베를린’에서 전지현의 캐릭터는 천양지차를 보인다. 제멋대로인 성격에 액션도 수준급인 ‘도둑들’ 속 캐릭터인 예니콜과 ‘베를린’ 속 캐릭터 련정희는 한 사람이 연기한 것이 맞는 지 눈을 의심할 정도로 서로 다른 모습이다. 어느 배우든 작품을 통해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언니의 변신은 인상적이라고 밖에 말 할 수 없을 정도의 연기 변신이다. 전지현이 출연 의지를 밝히자 ‘베를린’의 류승완 감독은 언니를 위해 대본을 전폭적으로 수정하기도 했단다.
사실 ‘베를린’의 련정희는 북한 사람역인데다 겉으로 드러내기보다 속으로 감춘 듯한 천상 여자의 이미지라 감정 표현으로 연기를 풀어가야 했다.
‘베를린’은 멀티캐스팅 영화다. 한마디로 영화의 포커스가 주인공 한 명만을 돋보이게 하는 영화라기보다 다양한 인물들을 오가면서 영화 캐릭터들의 매력을 곳곳에서 살리는 영화라는 말이다. 작은 역할이나마 언니의 역할도 캐릭터 속에 충분한 힘을 가지고 있는 역이고, 그만큼 쉽게 연기할 수 없는 중압감이 언니를 짓눌렸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영화를 본 관객이 언니의 연기에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이 작품을 통해 성숙한 연기력으로 호평을 얻고 있는 전지현은 작품을 통해 발전할 줄을 아는 배우가 됐다.
전지현은 한 인터뷰에서 “17년 동안 연기하면서 논 건 아니니까요. 나이가 들면서 연기하는 데 폭이 넓어지더라고요. 표현 방법도 성숙해지고요. 사실 연기적으로 깊이를 논하기에는 제가 아직 어린 배우죠. 관객들도 점점 성숙해져가는데 저만 정체하란 법은 없잖아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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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리 가려면 혼자, 오래가려면 함께


여배우에게 있어 결혼은 더 이상 걸림돌이 아닌 것 같다. 오히려 많은 배우들이 결혼 후 안정을 찾고 연기력도 성장하면서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추세다. 전지현도 ‘품절녀 스타’다. 지난해 4월13일 한복디자이너 이영희 선생님의 외손자인 최준혁씨와 결혼했다. 그는 미국계 은행에 근무 중이다.
전지현은 결혼한 이후 많은 것들을 깨달은 듯 하다. 언니는 결혼에 대해 ‘성숙’이란 단어를 떠올린 듯 하다. 전지현은 “진짜 제 삶을 살아가는 기분이 들어요. 모든 선택과 판단을 제가 직접하고, 결과 역시 제가 감당해야 하죠. 한 가정도 제가 꾸려나가는 거고요. 그런 책임감이 들어서 기분이 참 좋아요. 더 성숙해진 것 같아요”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돌아보면 전지현은 대중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다. 좋은 말로해서는 ‘노는 물’이 다른 배우였고, 속된 말로 해서는 유리벽에 갇혀 생활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작품 외에는 무엇을 하는 지 알 수 없는 대표적인 배우였다. 흔한 예능 프로그램에도 모습을 비친 적이 없어. 심지어 활동도 해외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전지현은 최근 몇년간 국내 작품보다 해외 영화에만 출연하기도 했지. 그러나 작품이란 것이 붕어빵 기계와는 달라서 계획대로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해외작의 국내 개봉이 지연될 때면 사람들은 전지현이란 배우가 개점 휴업 상태로 인식 될 수 밖에 없었다.
전지현은 앞서 얘기한 ‘엽기적인 그녀’로 대중적인 관심을 크게 받았다. 그런데 이게 문제였다. 그 이후 작품들이 ‘아류작’으로 취급받았기 때문이다. 결국 전지현이 연기한 캐릭터도 관심이 대상이 되지 못했다. 결국 원톱 주연이나 투톱 주연에 연연하기 보다 연기에 집중하기 시작하면서 그 지긋지긋한 흥행 참패와 징크스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도둑들’은 지금 ‘별그대’에 함께 나오는 김수현을 비롯해, 김윤석·김혜수·이정재 등 누가 주인공이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의 초호화 캐스팅 영화로 유명하다. ‘베를린’ 역시 최고의 배우로 평가받는 하정우와 흥행 메이커인 한석규가 같이 연기했다. 모두 누가 주연인지 모르고, 누구나 주연인 영화다. 그 속에서 진지현의 모습을 오롯이 그려냈던 거다.
20대 톱스타와 30대 ‘아줌마’ 배우의 차이점은 뭘까? 전지현은 ‘스스로 부끄럽지 않다’는 점을 꼽았어. 전지현은 예전 같으면 부끄러울 것 같은 대사들도 거침없이 표현한다. 인간으로서도, 배우로서도 좀 더 여유로워졌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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