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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실감이 나지는 않아요. 아마 공연하는 순간 느낌이 올 것 같아요. 대학 시절 친구들과 글래스턴베리 영상을 보면서 언젠가 꼭 놀러 가자고 했던 페스티벌인데…. 뮤지션으로 참여하게 돼 감개무량합니다. 처음 며칠은 들떠있었어요. 쉽게 진정되지 않더라고요."


세계 최대규모 음악축제인 영국 글래스턴베리 페스티벌에 한국 뮤지션 최초로 참가하는 싱어송라이터 최고은(31)은 설렘을 프랑스 파리에서 e-메일로 전했다. 

국악 크로스오버 밴드 '잠비나이', 인디 댄스그룹 '술탄 오브 더 디스코'와 함께 6월 27~29일 영국 남서부 서머싯 주의 농장 워디팜에서 열리는 이 페스티벌에 출연한다. 

그녀는 이 소식이 알려진 직후인 10일 그리스로 떠났다. 그리스 아테네, 프랑스 파리, 아일랜드 더블린을 도는 EBS TV '세계견문록 아틀라스' 촬영을 위해서다. 

1971년 제정돼 올해로 44회째를 맞는 글래스턴베리는 20만명 이상이 몰리는 축제다. 세계의 뮤지션들이 가장 서고 싶은 페스티벌 무대로 손꼽힌다. 그러나 아시아 뮤지션은 라인업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다.

2010년 첫 EP 앨범 '36.5℃'로 데뷔한 최고은은 'EBS 스페이스 공감'에서 '2011 헬로루키'로 선정됐다. 지난해 말 일본 후지TV를 통해 방송된 아시아 뮤지션 발굴 프로젝트 '아시아 버서스(Asia Versus)'에서 우승하며 주목받았다. 

2012년 말과 작년 초에는 유럽에서 노래했다. 독일의 음악기획사 '송스 & 위스퍼스'의 초청을 받아 약 두 달간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등지를 돌았다. "낯선 공간, 낯선 사람들, 낯선 풍경이 막상 느껴지면 두 발이 둥둥 떠 있는 기분이 들고는 했어요. '나는 누구이고 나는 왜 여기 있는가?'에 대해 질문을 자주 했죠. 뚜렷한 답을 찾을 수는 없었지만, 저에게 그리고 투어의 목적에 대해(세 번째 EP '리얼'·음악의 면역력 증강) 책임감을 가지고 큰 사고 없이 마치게 된 게 기뻤어요."

이 투어가 글랜스턴베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듯하다. "자양분이 될 거예요. 유럽투어에서 배운 점은 공연할 때 주변 상황에 영향을 받지 않고 지금 내 음악에 집중하는 법을 단련하는 법이에요. 정말 다양한 공간에서 공연했었거든요. 당시 공연장 음향 컨디션도 예측할 수 없었고, 관객의 연령대나 공연 반응 등도 알 수 없었고요."

그래서 음악에 깊이 집중하고 이를 청중에게 전달하는 법을 공부할 수 있었다. 글래스턴베리에서 그런 최고은의 음악을 들려주고자 한다. "솔로에서부터 드럼, 베이스, 기타가 함께하는 밴드 편성까지. 무국적 언어인 음악의 정서를 청중들과 서로 나눌 수 있는 무대를 준비할 예정입니다."

함께 글랜스턴베리에 출연하는 잠비나이에 대해서는 "밴드간의 합이 좋은 것 같아요. 그 에너지가 단단해서 매력적", 술탄오브디스코에 대해서는 "공연을 보면 유쾌해지거든요. 갈수록 밴드의 색깔이 선명해지는 것 같아요. 무대 위에서 그들이 보여주는 퍼포먼스와 사운드가 신납니다"고 치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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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이 다른 세 팀이 글래스턴베리에 처음으로 함께 출연하는 건 어떤 의미일까. "세 팀 모두 캐릭터가 다르다는 점이 흥미롭더라고요. 음악을 토양으로 비유하자면 영양분이 골고루 비옥해서 앞으로 변화무쌍한 풍경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뮤지션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소신껏 해도 된다는 의미일까요. 그래서 비단 세 팀 뿐만 아니라, 다른 뮤지션들에게도 앞으로 이런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희는 운이 좋게도 그 문을 열 기회를 얻은 거고요."

세 팀은 글래스턴베리 페스티벌에서 가장 큰 '실버 헤이즈' 무대에 오른다. 총 7개 무대로 구성된 이곳에서 한국 뮤지션들은 걸리 스테이지와 푸시 팔러 누보에서 두 차례씩 공연한다. 

실버 헤이즈 존의 총책임자 말콤 헤인즈는 최고은에 대해 "집중력 있는 모습과 독특한 보컬 스타일에 매료됐다"고 했다. "헤인즈씨와는 울산 아시아 퍼시픽 뮤직 미팅에서 만나게 됐어요. 밤 12시에 쇼케이스가 진행돼 피곤한 감도 있었지만, 그냥 제게 주어진 공연에 집중했었어요. 그게 인상적이었나 봐요. 공연을 마치고 나니 말콤씨가 오늘 공연한 곡들과 목소리가 좋아 다시 주의깊게 들어보고 싶다고 음반이 있느냐고 물으셨죠."

최고은 출연분이 첫 방송인 '세계견문록 아틀라스'는 그녀가 전통음악을 대중화하려는 그리스·프랑스·아일랜드 젊은 뮤지션들을 만나는 이야기다. 자기 나라의 음악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즐기는 현지 사람들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다. "리포터를 핑계로 많은 것들을 배우며 뜻 깊고 재미난 여행을 하고 있어요"라며 즐거워했다. 

이전에도 음악 여행을 많이 다녔는데, 이번 여행은 무엇이 다를까. "제 음악을 알리기 위해서가 아닌 그 나라 음악의 특징과 문화 아이덴티티를 배우러 다니는 게 달라요"라고 답했다. "그리스는 전통음악의 현재성(전통악기 부주키·레베티카·유명작곡가 등), 프랑스는 샹송(시가 된 노래·노래가 된 시)에 대한 이해, 아일랜드는 어린시절 가족의 품에서 배운 노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으로 주제를 크게 잡고 그 지역 사람들을 만나고 있어요."

평생 음악과 여행은 최고은에게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남을 듯하다. "여행이라는 단어를 일차원적으로 풀지 않고, 하나의 여정으로 본다면, 정말 그런 것 같다"고 동감했다. 

"여정에 딱히 방법이나 시간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중심으로 향하는 삶에 대해 고민하고 갈망하고 있어요. 그 여정을 느리더라도 꾸준히 해나가고 싶어요. 그러려면 배우고 또 배워서 바깥으로 풀어내고 덜어내는 작업을 음악으로 계속 해나가야죠."

음악을 매개로 사람들을 계속해서 만나가는 과정이 "삶에 스스로 책임감을 가지고 일상을 가꾸도록 만들어준다"고 전했다. "음악으로 제 이야기를 만들어 낼수록 강해지고 넓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런 과정들에서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건 하나의 세계관과 또 다른 세계관이 만나는 것이고, 서로 조화를 이루고 눈높이를 맞춰가는 과정에서 스스로 이 세계에서 행방불명되지 않도록 마크를 찍어두는 거죠. 저는 그걸 음악으로 하는 거고요."

이달 말 귀국하는 최고은 6월 초 다시 영국으로 간다. 이번 여행과 글래스턴베리 공연이 "나의 음악적 자양분을 늘리고 키울 것"이라고 기대했다. "비옥한 토양을 만들어 두는 것, 그래서 좋은 음악을 오래도록 만들 수 있도록요!"

한편, 최고은은 글래스턴베리로 떠나기 전 한국에서 단독공연을 열 예정이다. 올해 가을 데뷔 4년만에 첫 정규앨범을 발매한다. 

saint@thegam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