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70만 관객을 넘긴 전지현·이정재·하정우의 '암살'(감독 최동훈).10일 개봉해 19일까지 열흘 동안 관객 444만명 이상을 모으며 한창 흥행 중인 손예진·박해일의 '덕혜옹주'(감독 허진호) 등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하는 요즘 영화들에선 예외 없이 독립운동가들이 일본제국주의 요인이나 친일파를 상대로 무장 투쟁을 펼치는 이야기가 그려진다.

영화를 통해 선열들의 항일 독립 무장 투쟁을 접한 관객 중 그야말로 극소수는 이런 '의문'을 갖는다. 

1909년 만주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격살한 안중근 의사, 1932년 중국 상하이 훙커우 공원에서 열린 일왕 생일 축하 겸 전승 축하식에 폭탄을 투척해 일본군 시라카와 상하이 파견군 사령관 등을 폭사시킨 윤봉길 의사 등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가들의 '거사'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IS, 알카에다 등이 저지르는 각종 '테러'가 무슨 차이가 있느냐다.

결론부터 말하면 180도 다르다.

그 시대 일제나 친일파들 시각으로 본다면 조국과 민족을 위한 그들의 의로운 행동도 사회 질서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일부 '불령선인(不逞鮮人)'이 저지르는 테러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백번 양보해도 선열들의 항일 투쟁은 근래 이들 국제 테러조직이 세계 곳곳에서 벌이고 있는 테러와 확연히 다르다.

가장 큰 차이가 바로 비무장 민간인을 살상 대상으로 삼는지다. 

IS나 알카에다 등 테러집단은 적대국 정부 기관이나 공적 기관, 즉 '하드타깃'만이 아니라 비무장 민간인, 바로 '소프트 타깃'을 상대로도 서슴지 않고 테러를 가한다. 아니 오히려 민간인이 많이 모이면서도 즉각적인 방어와 반격은 사실상 상대적으로 불가능한 곳을 일부러 골라 대규모 인명 살상 행위를 자행한다. 

그들은 이를 통해 직접적인 인적·물적 손실을 유발하는 것은 물론, 공포심 조장·경기 위축 등 간접적인 피해까지 입히는 전략을 쓴다.

알카에다가 2001년 미국 뉴욕에서 일으킨 9·11 테러, IS가 지난해 11월13일(현지시간) 저지른 프랑스 파리 테러처럼 테러집단은 고층빌딩, 여객기, 극장, 카페, 공항, 지하철역, 클럽, 휴양지, 축제 현장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공격한다. 아니다. 일부러 그런 것을 가려 대상지로 삼는다.

독립운동가들은 조선총독부, 경찰서, 동양척식회사 등 일제 통치기관들과 그 종사자, 친일파에 일격을 가해 우리 민족의 독립 의지를 세계만방에 과시하고, 추락한 민족 자존심을 다시 세우려 했다.

그런 와중에도 독립운동가가 일본 민간인에게 직접 위해를 가한 일은 없었고, 피해를 본 일본 민간인도 거의 없었던 것으로 당시 사료들은 전한다.

이는 독립운동가들이 그 모든 작전에서 일본인이라 해도 민간인이면 타깃으로 삼지 않았기에 가능했다.

당시 독립운동단체 중 아예 '폭력 투쟁'을 표방한 것으로 잘 알려진 '의열단'마저도 '죽여야 할 일곱 대상'을 일컫는 '칠가살(七可殺)'에서 일본 민간인을 제외했고, 공격 대상지로 꼽은 '오파괴(五破壞)'에도 민간 기관을 올리지 않았을 정도다.

 '암살'에서 조승우가 카메오로 연기한 의열단장 '김원봉'이 사지로 떠나는 암살단에게 "일본인이라도 민간인을 해쳐서는 안 된다. 모든 민간인은 죄가 없다. 총알에도 눈이 있다고 생각하자"고 당부하던 장면을 떠올리면 된다.

만일 독립운동가들이 하드 타깃, 소프트 타깃 가릴 것 없이 마구잡이로 일본인을 공격했다면 안중근·윤봉길 의사를 존경하는 일본인이 어떻게 생겨났겠는가.

1910년 경술국치 이후 1945년 8·15 광복까지 수십 년간 독립 투쟁을 그토록 줄기차게 전개하면서도 그렇게까지 해야 할 것, 해서는 안 될 것을 철저히 가렸다는 것은 인류사에서도 유례없는 일일 것이다.

지금은 해체했지만 과거 영국에서 북아일랜드의 분리 독립을 요구했던 아일랜드공화국군(IRA), 중국에서 지금까지도 신장웨이우얼(新疆維吾爾) 자치구 분리·독립운동을 벌이는 소수민족 웨이우얼(위구르)족 계열의 ETIM(동투르키스탄 이슬람운동) 세력 등이 처음에는 하드 타깃을 공격하다 여의치 않게 되자 소프트 타깃까지로 공격 대상을 넓힌 사실이 그 반증이다. 

오는 9월3일 일제하 항일 무장투쟁을 소재로 한 또 한 편의 영화가 개봉한다. 송강호·공유의 '밀정'(감독 김지운)이다.

극 중 공유가 열연한 '김우진'이 속한 단체가 의열단이고, 이병헌이 김원봉을 연상시키는 단장인 '정채산'을 맡아 카메오 출연한다. 

이 영화에서는 무장 독립투쟁이 어떻게 그려질지 궁금하다.

하지만 비록 일본인이라도 민간인이라면 위해를 가하지 않는 모습은 앞의 두 작품과 당연히 같을 것이다. 그것이 '진실'이라서다.

마음 한구석 '혹시?'하는 찜찜함이 있었다면 모두 벗어버리고 이제 세상 누구에게나 당당하게 말하자. 

 "일제강점기 우리 민족의 무장 항일 투쟁은 독립을 갈구하는 몸부림이었지 절대로 테러가 아니었다." [김정환의 스크리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