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도원, 김환희 주연의 스릴러 '곡성'이 21일 4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이 영화는 이날 하루 56만687명을 들여 12일 개봉 이후 누적 관객 수 405만3350명을 기록했다.

제69회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초청된 '곡성'은 18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월드 프리미어 스크리닝을 연 뒤 세계적인 영화인들과 글로벌 미디어의 극찬을 한몸에 들었다. 

 '곡성'이 이처럼 나라 안팎에서 승승장구할 때 뒤에서 속앓이하는 사람도 있다. 회사원 김모(32)씨도 그런 사람 중 하나다.

김씨는 15일 밤 서울 잠실동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에서 여자친구와 이 영화를 관람했다. 

이날 약속 시간보다 10여 분 이르게 약속 장소인 롯데월드몰 내 커피 전문점에 도착한 그는 여자친구를 기다리면서 한창 퍼붓는 장대비가 언제 그칠지 궁금해 스마트폰으로 포털사이트 날씨 뉴스를 살폈다.

날씨 뉴스에 댓글이 150여 개나 달린 것이 신기해 댓글을 하나씩 읽고 내려가던 김씨는 그만 봐서는 안 될 것을 보고야 말았다. 

 '곡성'에서 비 오는 날 연쇄살인 사건이 일어난 것에 착안한 한 네티즌이 "날씨가 꼭 곡성 분위기 난다"고 댓글을 쓰자 거기에 다른 네티즌이 답글로 "곽도원........"라고 적어놓았다. '스포일러(Spoiler; 영화 등의 주요 내용을 공개하는 행위)'다.

 '반전'이 생명인 스릴러 영화를 보는 것이어서 김씨는 그간 영화 리뷰를 읽지 않은 것은 물론 TV 영화 소개 프로그램도 애써 외면했다. 

이날도 꼭 '곡성' 관련 뉴스가 아니더라도 연예 뉴스였다면 나름대로 방어했겠지만, 날씨 뉴스에 그런 댓글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기에 그는 무방비 상태로 당하고 말았다.

답글에 적힌 내용이 영화에서 얼마나 중요한 부분인지는 영화를 보기 전까지 가늠할 수 없었으나 김씨에게는 '테러'나 다름없었다. 그런 짓을 자행한 익명의 네티즌에게 분노하다 이내 허탈감마저 들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그 답글 내용이 떠올랐고, 영화에 몰입하기는커녕 재미도 느낄 수 없었다. 

결국 그는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영화의 시나리오와 연출을 도맡은 나홍진 감독을 향해 엉뚱하게도 분노를 쏟아냈다. 

 "영화, 정말 쓰레기다!"

TV 드라마는 본방송을 통해 전국의 모든 시청자가 동시에 이야기를 접한다.

이와 달리 영화는 남보다 먼저 관람하는 사람이 먼저 이야기를 알게 된다. 심지어 결말까지 먼저 확인할 수 있다.

일부 몰지각한 네티즌은 바로 이런 점을 악용해 영화, 특히 스릴러물의 내용이나 결말을 공개해버린다. 

물론 그런 스포일러가 요즘 새로 일어나기 시작한 것은 아니다. 과거에도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다른 데 있다. 

예전에는 해당 영화 관련 뉴스에 스포일러성 댓글을 달았지만, 이를 우려해 관련 뉴스를 보되 댓글을 피하는 네티즌이 늘어나자 이들도 달라졌다.

바로 포털사이트 내 정치, 사회, 경제 등 영화와 전혀 동떨어진 분야 주요 뉴스에 스포일러성 댓글을 달아 불특정 다수에게 피해를 주기 시작했다.

물론,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도 영화와 관련한 글이 올라오기는 하나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기 위해 고의로 올린 것이 아닌 경우가 많아 이것과 성격이 조금 다르다. 

타깃이 된 영화 투자·배급사에서도 당황해하지만, 모든 뉴스 댓글을 일일이 체크할 수 없는 일이다 보니 뾰족한 해결책은 없다. 그저 그런 댓글을 다는 일이 최대한 없기를 바라고, 그런 일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본 다른 네티즌이 포털사이트 측에 신고해 일분일초라도 빨리 삭제되기를 바랄 뿐이다.

과거 극소수 연예 매체 기자가 기사 조회 수를 높이려고 의도적으로 영화를 스포일러해 문제가 됐으나 언론을 적대시할 수 없어 냉가슴만 앓았던 그들이니 관객이기도 한 네티즌과도 역시 정면으로 맞설 수 없는 처지다. 게다가 스포일러를 금지하는 법도 없는 데다 피해액을 산정하기도 힘드니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사실상 없다. 

영화는 감독, 배우뿐만 아니라 작가, 스태프, 제작사 투자사 배급사 극장 관계자들까지 수많은 사람의 노력과 정성에 의해 최상의 상태로 관객 앞에 펼쳐진다. 이를 고른 관객은 적잖은 관람료와 시간을 들여 온전한 채로 감상한 뒤 호평하거나 악평한다.

그 누구에게도 영화 관계자의 피땀을 헛되이 하거나 그 영화를 선택한 관객의 즐거움을 망칠, 무소불위의 권력은 없다. <뉴시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