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트와이스' 멤버 쯔위(17) 사태는 표본(標本)이 됐다. 나비효과의 실증사례이자 혼돈의 시대를 가리키는 나침반이다. 연예산업이 정치공학의 주요 변수라는 걸 확인했다. 쯔위는 출신국가의 국기를 흔들었을 뿐이다. 인터넷 방송을 편집해 내보내는 프로그램인 MBC TV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본방송에도 이 장면은 없었다.

중국 작곡가 황안(54)의 프레임에 걸려들었다. 인터넷에서 이를 확인한 그는 쯔위를 대만 독립주의자라며 여론몰이에 나섰다. 자부심이 날로 커지고 있는 중국 네티즌들은 우선 격노했다. 대만의 민진당은 쯔위 사태를 지난 16일 총통 선거에 쟁점으로 이용했다.

쯔위는 그렇게 양안 관계의 희생양이 됐다. 직접 유튜브를 통해 처연한 모습으로 '하나의 중국'이란 원칙을 존중한다며 중국에 사과를 해야했다. 소속사 대표인 JYP엔터테인먼트 박진영까지 나섰다. 그럼에도 현지 분위기는 냉담하다. 쯔위는 당분간 중국 활동을 중단키로 했다.

사과는 되레 대만의 국심(國心)을 건드렸다. JYP 홈페이지가 마비됐다. 일부 대만 네티즌의 소행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쯔위에게 사과를 강요했다며 박진영을 비난했다. 한국에서도 쯔위의 인권문제가 언급됐다. JYP는 "쯔위의 부모와 상의한 일"이라고 부랴부랴 해명해야만 했다.

불과 나흘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발생시킨다는 나비효과를 관측하기에 턱도 없는 시간이다. 나비효과는 카오스 이론의 토대가 됐다. 겉으로 보기에는 불안정하고 불규칙적이나 나름의 질서와 규칙성을 지니고 있는 현상을 가리킨다.

소녀가 아무것도 알지 못했을 거라는 전제에 대부분 상식적으로 동의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춤과 노래를 하기에도 벅찬 이 시간을 이렇게 흘려보내야 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도 인지상정이다.

쯔위는 그런데 어른들의 세계에 일찍 들어왔다. 혼돈의 세상은 혼동을 빚고 혼선을 내지만 혼란을 틈 타 자신의 질서를 세우고 이익을 챙기는 집단은 항상 있다. 진정한 어른이 없는 현대의 어른은 이익 좇기에 바쁘다. 그렇게 나비효과는 카오스 이론을 완성한다. JYP가 아시아 시장을 겨냥한 트와이스의 중국 내 수익을 위해 쯔위 부모의 동의를 얻어, 그녀를 어쩔 수 없이 벼랑끝에 세울 수밖에 없던 이유다.

아이돌이 주축이 된 연예산업은 잔인한 어른들 세계의 표본이다. 논란을 먹고 사는 괴물이다. 몇몇 인터넷 매체는 이 와중에 쯔위의 노출 사진, 과거 발언 등 자극적인 이슈를 단 문패로 클릭수 장사에 여념이 없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 '생활의 발견'(2002)에서 연구원(김학선)이 경수(김상경)에게 말한다. "우리 사람되기는 힘들어도 괴물은 되지 말자"고. 괴물들이 득세한 약육강식의 시대에 더 이상 '응답하라' 시리즈의 판타지 같은 공동체는 없다. 훗날 '응답하다 2016'을 만들면, 장르는 블록버스터 정치극이다.

쯔위에게 위로의 노래로 데이비드 보위의 '스페이스 오더티'를 건넨다. 우주비행사 톰 소령, 지구의 지상통제실 사이의 교신 내용이 노랫말의 중심이다. 톰은 마지막 부분에서 우주를 떠돈다. "지구는 푸르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네(Planet Earth is blue and there's nothing I can do)"

쯔위야, 현재 네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그런데 보위 같은 뮤지션이 존재했던 이곳은 여전히 푸르지. 보위도 만 20세의 나이로 데뷔해 어른의 세계에서 투쟁해야만 했지. 그는 떠났지만 자신의 꿈을 위해 살았고, 역사에서는 영원히 살아남았어. 보위 같은 위대한 뮤지션이 되렴. 네 꿈을 위해 대만에서 한국으로 올 때부터 너는 자신의 우주에서 항해를 시작한 위대한 우주비행사야.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