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펭구리 엔터테인먼트 김태환 대표


최근 들어서 MMORPG를 만들기 위해서는 최소 50억 이상은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합니다. 100억에 3년의 제작기간이 들어간 '프리우스 온라인', 300억에 5년의 제작기간이 들어간 '아이온'등의 예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MMORPG가 점차 대작화되어가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측면에서 바라보면, 여전히 MMORPG의 소형화가 가능하다고 봅니다.

개인적으로는 MMORPG에서의 본질적인 유저의 욕구를 크게 경제적 욕구, 전투와 퀘스트와 시나리오 같은 콘텐츠를 즐기려는 욕구, 커뮤니티에 대한 욕구, 공통의 목표를 추구해서 달성하는 쾌감을 위한 레이드의 욕구, PVP 등의 형태로 표출되는 지배의 욕구, 그리고 타이틀의 획득이나 게임 내에서의 타인의 인정 등으로 표출되는 자아실현의 욕구로 나눕니다.

MMORPG가 이 모든 욕구를 골고루 만족시키려면 필연적으로 대형화 될 수밖에 없겠지만, 이 중에 핵심적인 한두개만을 강조함으로써 작고 특징적인 MMORPG를 만들어도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예전 PC의 RPG게임에서 보는 것처럼 '강해져서 어떤 것을 이룬다'는 목표를 핵심으로 둔 후, 거기에 맞춘 콘텐츠의 구조로서 특화된 시장을 노리는 형태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온라인 게임시장에서 몇 번의 큰 변화가 있었다고 봅니다. 만들기만 하면 팔리던 공급자 우위의 시장에서, 재미있게 만들기만 하면 팔리던 시장으로, 그리고 지금은 유저가 원하는 정확한 욕구를 집어내야만 팔리는 수요자 우위의 시장으로 시장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고 봅니다.

여기에 작고 가벼운 MMORPG의 활로가 있다고 봅니다. 현재 MMORPG시장에 채워지지 않은 수요중 하나는 예전에 MMORPG를 즐겼으나, 지금은 너무 방대해져버린 내용이나 시간으로 인해 핵심 콘텐츠에 접근이 불가능해진 직장인 유저들의 수요라고 봅니다.

저도 MMORPG를 많이 즐기던 유저이지만, 최근의 MMORPG들을 플레이하기 위해 충분한 시간을 내기는 힘듭니다. WOW의 예를 들면, 아주 잘 만들어진 게임이긴 합니다만 사냥이나 레이드를 하기 위해서는 지나치게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시간이 부족한 직장인들에게는 현재의 대형 MMORPG에서의 이동에 걸리는 시간, 한주에 한두번씩 있는 레이드 자체가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앞으로는 여러가지 시간이 많이 걸리는 기능들을 개선한 형태의, 빠르고 가볍게 핵심 컨텐츠들만 집중적으로 즐길 수 있는 MMORPG의 시장이 생겨나 중소규모 회사들을 중심으로 서비스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중소 규모 회사들에서는 그래픽이나 다양한 컨텐츠가 아니라, 한두개의 욕구를 집중적으로 만족시켜줌으로써 차별화와 경쟁력을 얻어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형태가 많이 생겨나게 될 것으로 믿습니다.

옛날 게임들을 지금도 다시해보면 여전히 재미가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이 게임들이 짧은 시간에 다양한 경험들을 대신하게 해줌으로써 재미를 느끼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MMORPG가 대형화되어가면서 예전의 게임에서는 제한된 형태로만 표현될 수밖에 없었던 많은 콘텐츠들이 보다 다양하면서도 가시적인 형태로 표현되게 되었습니다. 그 대신에 하나하나의 플레이에 많은 시간이 소모되면서 단위시간당 주어지는 쾌감의 양은 오히려 예전보다 적어지게 되었습니다.

현재 중국의 게임들을 보면 오토화가 굉장히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퀘스트 NPC를 찾기 위해서는 리스트에서 찾아서 선택하면 자동으로 해당 NPC를 찾아가주고, 자동 사냥 기능은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으며 대부분의 편의 기능들이 잘되어 있어서 최소한의 유저의 조작으로 게임 플레이가 가능하게 되어 있는 수준의 게임들도 찾아볼수 있습니다.

“오토화 되어서 무슨 재미가 있겠느냐?”라는 기획자도 있지만, 반대로 묻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마우스를 죽어라 클릭하면 거기서 자동으로 재미가 생겨나는가?”라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사냥하는 것 말고는 별다른 재미가 없는 게임이기에 오토화되면 재미가 없어져 버리는 게임이라는 이야기일 수 도 있는 것입니다. 만일 게임이 스토리텔링이나 퀘스트 위주의 게임이라면 이런 오토화가 오히려 유저가 불필요한 기능에서 해방되어 핵심재미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드는 장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의 YS를 떠올려 봅시다. 몸통박치기만으로 이루어지던 이 단순한 게임이 왜 그토록 재미있었던 지를. 그 단순한 돈 모으기와 독창적인 시나리오가 많은 유저들을 몰입시켰던 것입니다.

직장인들과 같이 시간이 많지 않은 유저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빠르고 집중적으로 즐길 수 있는 특정 분야에 특화된 MMORPG가 중소 개발사들에게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런 특징적인 게임이 중소개발사와 유저들에게 새로운 하나의 해답이 될 것으로 생각하며 글을 마칩니다.